
2018 메이저리그 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야구는 수치와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시즌 전반기에 나온 여러 가지 흥미로운 기록들을 모아서 살펴본다.
◆ 최고의 WAR 머신(타자)
시즌 전반기 WAR(Wins Above Replacement) 수치를 살펴보면 3명의 선수가 마치 '군계삼학'처럼 레이스를 압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팬그래프 WAR(fWAR)와 베이스볼-레퍼런스 WAR(bWAR)는 계산 방법 차이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기 메이저리그 최고의 WAR 생산자가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무키 베츠(보스턴 레드삭스), 호세 라미레스(클리블랜드 인디언스) 3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bWAR에서는 트라우트(6.8), 라미레스(6.6), 베츠(6.3)이 1~3위에 올라있고 fWAR에서는 이들 3명이 모두 6.5를 기록, 사실상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3명의 WAR 수치가 얼마나 압도적인지는 타선 전체의 WAR 합계가 이들보다 적은 팀이 여럿 있다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 뉴욕 메츠의 타선 전체 WAR 합계는 5.9로 이들 중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카고 화이트삭스(5.6), 샌디에이고 파드리스(4.4), 캔자스시티 로열스(4.0) 등은 메츠보다도 아래쪽에 있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1.9 bWAR로 아예 마이너스 WAR를 기록하고 있다. 볼티모어는 전반기 2.9 WAR를 기록하고 팀 최고 선수 매니 마차도를 올스타 기간에 LA 다저스로 트레이드했으니 올해는 시즌 전체 마이너스 WAR 기록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타선 WAR 합계가 6.6으로 이들 3명의 WAR 머신들에게 밀리는 모습이다.
◆ 최악의 WAR 기록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악의 WAR 기록을 갖고 있는 볼티모어에 최악의 WAR 기록 선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사실이다. 볼티모어의 슬러거 크리스 데이비스(32)는 전반기에 bWAR -2.5를 기록,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WAR 신기록을 세우는 페이스에 놓여 있다. 이미 그의 시즌 WAR는 역대 최악 순위 19위이며 지난 1933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짐 레비가 갖고 있는 역대 최악 기록(-4.0)을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즌 타격 슬래시라인 0.158/0.232/0.274로 OPS 0.506을 기록 중인 데이비스는 WAR에서뿐만 아니라 시즌 타율에서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한 시즌 최악의 타율 기록은 0.179로 랍 디어(199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댄 어글라(201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 데이비스의 타율(0.158)을 보면 그 불명예 기록도 가져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놀라운 것은 이 기록의 주인공 데이비스가 볼티모어의 최고 몸값 선수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6년 1월 볼티모어와 7년간 1억 6100만 달러에 계약한 데이비스는 올해 연봉이 2100달러가 넘는다. 아직도 볼티모어는 내년부터 4년간 92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는 등 아직도 그에게 줘야 할 돈이 1억 달러가 넘는다. 데이비스의 경우를 보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30세가 넘는 타자들에게 거액의 장기계약을 주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 역대 최고의 거포군단 양키스
뉴욕 양키스는 시즌 전반기에 총 16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134개를 때려 메이저리그 전체 랭킹 2위인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보다 무려 27개나 많은 압도적 1위다. 애런 저지(25개)와 지안카를로 스탠튼(23개) 두 거포가 홈런쇼를 이끌고 있지만 디디 그리고리어스(17개)와 애런 힉스(16개), 글레이버 토레스(15개), 게리 산체스(14개), 미겔 안두하(12개) 등 전반기에 두 자리수 홈런을 때린 선수가 8명에 달하는 등 라인업 전체에 홈런포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브렛 가드너(9개)와 그렉 버드, 타일러 어스틴(이상 8개)도 두 자리수 홈런에 육박해 있어 시즌 전체로 두 자리수 홈런을 때린 타자수도 두 자리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키스의 이런 홈런 페이스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지난 1997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세운 264개인데 양키스는 현재까지 95경기에서 161개를 때려 162경기 시즌으로 274개를 치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당시 시애틀은 켄 그리피 주니어가 56개, 제이 뷰너가 40개를 때렸고 총 9명이 두 자리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 양키스는 그리피의 56홈런은 힘들어 보이지만 두 자리수 홈런타자 기록은 거뜬해 보인다. 양키스의 닉네임인 브롱스 바머스(브롱스 폭격기들)가 올해는 정말 딱 맞는 느낌이다.
◆ 그랜드슬램 전문가들 레드삭스
양키스가 역대 최고의 홈런포 페이스를 보이고 있을 때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는 '양보다 질'을 외치며 홈런 수 대신 홈런의 질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스턴은 시즌 전반기에 무려 9개의 그랜드슬램(만루홈런)을 터뜨려 구단 기록(11개)에 단 2개 앞으로 다가섰다.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2000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보유한 메이저리그 기록(14개)에도 5개 차로 육박해 있어 기록 경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잰더 보가츠는 전반기 16개 홈런 중 3개가 만루포로 한 시즌 최다 그랜드슬램 기록(6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양키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반기 134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인 보스턴의 홈런 파워를 감안하면 만루포 도전에서도 새로운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 이번 시즌 최고 강속구는 시속 105.1마일(약 169km)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 리그 최고의 강속구를 던진 선수는 채프먼이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불펜투수 조던 힉스(21)였다.
힉스는 지난 5월 경기에서 같은 타자 오두벨 에레라를 상대로 시속 105.1마일과 105.0마일짜리 불같은 강속구를 잇달아 던져 올해 가장 빠른 투수 1, 2위를 모두 거머쥐었다. 시속 105.1마일(169km)은 채프먼이 보유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공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다. 힉스는 올해 3위 기록인 104.4마일짜리 히터도 던지는 등 올해 전반기에 기록된 가장 빠른 공 순위 톱10에서 7개를 휩쓸었다.
한편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공 기록은 채프먼의 105.1마일로 알려졌지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레이더건의 스피드 측정 위치를 보정할 경우 실제 최고 기록은 메이저리그 삼진왕인 놀란 라이언이 1974년에 던진 전설적인 히터가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라이언의 공은 시속 100.9마일(162.4km)로 레이더건에 찍혔는데 레이더건의 스피드 측정 위치를 지금 기준으로 보정해 계산하면 무려 시속 108.5마일(174.6km)에 달해 단연 역대 최고의 빠른 공이 된다고 한다,
◆최장거리 홈런 489피트(149m)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프랭키 코데로는 전반기에 홈런 7개를 때리는데 그쳤지만 제대로 맞았다하면 엄청나게 날아가는 파워를 선보였다. 지난 4월말 비거리 489피트짜리 초대형 아치를 그려 전반기 최장거리 홈런포를 기록한 것은 물론 459피트와 456피트짜리도 쏘아 올렸다. 이 부문 2위는 아비세일 가르시아가 기록한 481피트였다.
◆ 불명예 삼진왕(개인)
투수가 아닌 타자들 가운데 '삼진 왕' 타이틀 경쟁도 치열(?)하다. 양키스의 저지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조이 갈로가 전반기에 132번이나 삼진을 당해 이 부문 공동 1위이고 양키스의 스탠튼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요안 몬카다가 130개로 공동 3위다.
이들 4명은 시즌 200번 이상 삼진을 거뜬히 넘어설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200삼진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단 10번뿐이었는데 올해 4명이나 한꺼번에 이 불명예 대열에 합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은 마크 레널즈(현 워싱턴 내셔널스)가 지난 200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며 기록한 223개다. 레널즈는 2010년과 2009년에도 각각 211회와 204회 삼진을 당해 시즌 최다탈삼진 부문에서 1위, 5위, 10위에 오르는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불명예 삼진왕(팀)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 2016년 총 1천543번이나 삼진을 당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어 지난해는 그 기록은 1천571개로 더 늘려 2년 연속 달갑지 않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비롯해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모두 이 기록에 도전장을 냈다. 샌디에이고는 전반기 99경기에서 삼진 934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즌 1천528개 페이스다. 텍사스와 시카고, 필라델피아는 샌디에이고보다 경기 수가 적어 총 삼진 수는 샌디에이고에 뒤지지만 경기당 탈삼진 수에선 오히려 더 높아 역시 밀워키의 기록을 위협하는 처지에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