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1위의 벽은 높았다. 한국 남자 테니스가 강호 이탈리아와 국가 대항전 첫날 첫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다만 청각 장애(3급)에도 선전을 펼친 이덕희(251위·현대자동차 후원·서울시청)는 정상급 선수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덕희는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칼리아리테니스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데이비스컵) 이탈리아와 예선 파비오 포니니(11위)와 1단식에서 0-2(0-6,3-6)으로 패했다. 1시간 4분 만에 완패를 안았다.
대표팀은 4단식, 1복식으로 구성된 예선 첫 판을 내줬다. 이날 남지성(238위·세종시청)이 2단식에서 지안루카 마거(79위)와 대결한다. 포니니와 격차가 컸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1세트 이덕희는 남자 단식 세계 11위와 첫 대결에 긴장한 듯 첫 서브 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특히 3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이 아쉬웠다. 이덕희는 서브 에이스를 비롯해 좌우 코너 스트로크 공격으로 위너를 따내며 앞서갔다. T존을 공략한 서브 득점으로 세 번째 듀스 접전을 펼쳤지만 통한의 서브 더블 폴트에 이어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며 브레이크를 당했다.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준 이덕희는 심기일전해 2세트에 나섰다. 첫 두 게임을 내줬지만 3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강력한 백핸드로 포니니를 압박했다. 결국 상대 범실을 유도하며 이날 첫 게임을 따냈다.
이덕희의 거센 반격에 포니니도 흔들렸다. 4번째 게임에서 포니니는 더블 폴트 2개를 범했다. 이덕희는 두 번째 듀스에서 날카로운 패싱샷으로 포니니의 발리 범실을 이끌어냈다. 결국 포니니의 백핸드 실수로 이날 첫 브레이크에도 성공하며 게임 스코어 2-2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덕희는 노련한 포니니의 경기 운영에 밀려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게임 스코어 4-3에서 포니니는 강력한 서브로 이덕희를 밀어붙인 뒤 좌우로 흔들며 서브 게임을 지켰다. 이덕희는 9번째 게임에서 서브 에이스 등으로 맞섰지만 듀스 끝에 이날 경기를 내줬다.
경기 후 이덕희는 "포니니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회전이 많고 깊게 들어와서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2세트는 포핸드 자신감이 돌아와 기회가 왔는데 아까웠다"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실력을 쌓아 다시 붙으면 이기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포니니도 이덕희에 대해 칭찬했다. 경기 후 포니니는 "이덕희는 젊고 스트로크가 좋다"면서 "만약 하드 코트에서 경기를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는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졌다. 포니니는 "이덕희는 앞으로 랭킹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관전한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도 "이덕희가 세계적인 선수를 맞아 잘 싸웠다"면서도 "다만 긴장한 듯 평소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