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현대가 FA컵 16강에서 탈락했다. 상대가 3부리그인 K3리그 소속의 양주시민축구단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북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16강에서 양주에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간(90분)과 연장전(30분) 모두 0의 균형을 깨트리지 못한 가운데 승부차기 끝에 9-10으로 졌다. 11번째 키커였던 골키퍼 간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렸다. 박청효(양주)의 킥은 전북 골망을 흔들었지만, 이범영(전북)의 킥은 박청효의 손 끝에 걸렸다.
FA컵 디펜딩 챔피언이자 4년 연속 K리그 우승팀인 전북은 결국 16강에서 허무하게 물러나게 됐다. 올 시즌 '트레블(3관왕)'을 바라보던 전북의 목표가 6월이 채 되기도 전에 무너져버린 셈이다.
물론 강팀이 컵대회에서 탈락하는 건 국내 FA컵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당장 올 시즌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도 국왕컵 32강전에서 3부리그 팀인 알코야노에 져 탈락했다. 컵대회는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팀들이 대부분 로테이션에 무게를 두다 보니, 리그보다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북의 이번 탈락은 일반적인 컵대회 대이변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3연패 등 K리그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의 연장선에 있는 데다, 출전 선수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FA컵 직전까지 전북은 수원삼성과 울산현대, 그리고 대구FC에 잇따라 패배했다. 그 전 3경기에서는 울산과 강원FC, 제주유나이티드와 3경기 연속 비겼다. 최근 K리그 6경기에서 얻은 승점은 단 3점뿐. 개막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를 달리던 기세가 꺾여도 제대로 꺾였다.
K3리그 양주와의 FA컵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최근 분위기를 단번에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일부 어린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긴 했지만, 구스타보나 쿠니모토, 백승호, 최철순, 최보경 등이 선발로 출전해 라인업에 무게감을 채웠다. 후반엔 'K리그 득점 1위' 일류첸코와 한교원 등도 교체로 투입됐다.
그런데도 시원한 승리는커녕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으니,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분위기를 바꿀 기회는 오히려 분위기를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게 만들었고, 올 시즌 전북의 야심찼던 목표 역시 하향 조정됐다.
더 큰 문제는 경쟁 팀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은 같은 날 2부리그 팀인 경남FC를 3-0으로 완파하며 '우승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원은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과감한 로테이션 속 FC안양(2부)을 꺾었고, 대구도 김해시청(3부)을 제물로 FA컵 8강에 진출했다.
다른 팀들은 K리그에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을 뿐만아니라 무사히 FA컵 8강 무대까지 밟았는데, '1강'인 줄 알았던 전북만 홀로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추락하는 성적 속 3부리그 팀마저 잡지 못한 결과가 말해주듯, 전북의 이번 FA컵 탈락은 대이변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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