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는 어떤 곳일까? 바로 타율 1, 2, 3위가 번트 연습을 하는 곳이다.
김경문(63) 감독이 이끄는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첫 훈련을 실시했다. 기념 촬영을 시작으로 워밍업과 캐치볼, PFP(Pitcher Fielding Practice, 투수의 베이스커버 및 내야 땅볼 처리 훈련) 이후 프리배팅까지 이어졌다. 일부 타자들은 타격 훈련에 들어가기 전 번트 연습도 했는데 여기에 강백호(KT), 양의지(NC), 이정후(키움)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강백호, 양의지, 이정후는 차례대로 리그 타율 1, 2, 3위다. 강백호는 0.395, 양의지는 0.348, 이정후는 0.345를 치고 있다. 강백호와 이정후는 동시에 최다안타 1, 2위다. 타점에서는 양의지가 1위, 강백호가 3위다. 각자 소속팀에서는 해결사지만 국가대표팀에 와서는 번트 훈련에도 예외가 없는 것이다.
김종국 코치가 배팅볼 머신 앞에 서서 투수 역할을 했다. 이들은 처음에 번트를 3개씩 대 봤다. 이후에는 번트 모션에서 강공 전환, 즉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타이밍을 익혔다. 김종국 코치는 "주자 1, 2루라 생각해!"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도왔다. 이정후가 방망이를 조금 늦게 빼자 김 코치는 "(작전이)들켜도 되니까 미리 빼도 돼!"라며 사기를 올렸다.
이 모습을 구경하던 김경문 감독도 웃으며 다가왔다. 김 감독은 강백호를 향해 "너 번트 잘 대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규리그서 강백호를 상대하는 수비진이 극단적인 우측 시프트를 사용했을 때 강백호가 3루 방면 기습번트를 시도해 안타를 만든 장면을 칭찬한 것이다. 강백호는 "예!"라 크게 대답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김 감독은 "수비 포지션을 아주 잘 이용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우뚝 세웠다.
최근 KBO리그를 덮친 코로나19 확진 사태 탓에 훈련 시작 분위기는 어두웠다. 김 감독은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겁다. 우리 선수들도 현재 상황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마음을 단단하게 모으겠다.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결과를 내서 실망 드린 것을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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