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 보니 인터뷰 날조였다. 중국 언론이 베트남전을 앞두고 박항서(62)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하지도 않은 말을 꾸며 거짓으로 내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감독은 차분하게 중국 축구를 향해 예의와 존중을 표하며 대인배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베트남 대표팀은 오는 8일(한국시간) 오전 2시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중국을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양 팀 모두 벼랑 끝이다. 중국은 호주와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일본과 2차전에서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2패. 베트남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3으로 패배한 뒤 호주에 0-1로 경기를 내주면서 마찬가지로 2패다. 다만 베트남(-3)이 골득실에서 중국(-4)보다 1골 차로 앞서며 6팀 중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 축구계는 이번 베트남전에 대단히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칫 이번 경기에서 패할 경우 카타르 월드컵 진출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 언론의 한 보도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중국 시나스포츠는 광저우 일보를 인용, "박항서 감독이 중국을 화나게 만들었다. 박 감독이 중국 축구는 전반 30분밖에 버티지 못할 거라면서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리 티에(44) 중국 대표팀 감독은 어떻게 반격할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박 감독의 인터뷰는 날조된 것이었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7일 "박 감독은 중국 축구가 30분 밖에 버티지 못한다고 발언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아무리 무례하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맞붙는 대표팀 감독이 그런 말을 하겠나. 중국 언론이 자국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 같다. 그 신문이 보도한 건 한 마디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경기는 양 국가 모두에게 중요하다. 2연패를 당한 베트남과 중국이 모두 득점을 올려 앞으로 경기에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면서 "베트남 팬들이 중국전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부담감이 조금 있는 건 인정한다. 감독으로 잘 이겨낼 수 있다. 선수들도 부담을 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어떻게 이겨야 하느냐고 물어본다. 중국(75위)은 베트남(95위)보다 FIFA 랭킹이 높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며 중국 축구를 향한 존중을 드러낸 뒤 "늘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긴장감을 풀라고 말한다. 이것이 압박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박 감독은 "중국은 귀화 선수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는 우 레이(30·RCD 에스파뇰)를 보유하고 있다. 자국 리그 역시 뛰어나다"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공부하는 게 현 시점에서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라 생각한다. 상대가 지금 위기라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베트남보다 강팀"이라며 예우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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