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진짜 잘 데려왔다. 울산 현대가 브라질 출신 ‘복덩이’ 레오나르도(24) 덕에 미소를 짓고 있다.
3경기 2골. 레오나르도의 성적표다. 출발이 좋다. 최근 몇 년 동안 울산은 외국인 공격수의 부진과 부재로 골머리를 앓았다. 수소문 끝에 일본 무대에서 검증된 레오나르도를 수혈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부침이 있었지만, 앞서 일본 J3-J2-J1을 밟으며 24골-28골-11골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중국을 거쳐 이번에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레오나르도는 지난 1일 수원FC과 3라운드 홈경기에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밑간만 했다면, 6일 전북 현대와 4라운드 원정에서는 제대로 우러난 국물이었다. 전반 29분 교체로 들어가 10분 만에 상대 페널티박스 안 대각에서 간결한 터치에 이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데뷔골은 결승골로 이어졌고, 울산은 전북과 우승 경쟁에서 한발 앞서갔다.
“적응이 필요하다”던 홍명보 감독의 말이 무색할 만큼 원샷원킬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레오나르도가 11일 FC서울과 5라운드 홈경기에서 처음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은 “동료들과 호흡,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레오나르도와 엄원상을 선발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뚜껑을 열자 레오나르도는 전북전보다 더욱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큰 키가 아니지만, 상대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힘이 있고, 낮은 무게 중심에 어느 정도 스피드도 장착하고 있어 수비수들이 막기 까다로운 유형의 공격수다. 그에게 마크가 집중되면 수비는 헐거워진다. 이때 엄원상, 김민준 등이 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문전에서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수비수를 벗겨내고, 골 냄새를 맡는 능력은 일품이다. 대표적으로 울산이 0-1로 뒤지던 전반 23분 서울 문전에서 순간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 다수를 벗겨냈다. 바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슈팅이 양한빈에게 막혔지만, 그의 장점을 엿볼 수 있었다.

엄원상과 호흡도 무르익고 있다. 레오나르도는 전반 31분 전방 대각으로 긴 패스를 찔렀고, 엄원상의 침투에 이은 드리블 돌파로 이어졌다. 주거니 받거니. 43분에는 엄원상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오자 레오나르도가 문전으로 잽싸게 침투해 헤더를 시도했다. 볼이 머리를 스쳤다.
레오나르도는 경기 내내 상대 진영에서 계속 뛰고 견제하며 전방 압박을 했다. 서울 수비 라인이 손쉽게 라인을 올릴 수 없었던 이유다. 울산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리자 상대는 역습으로 응수했다. 이럴 경우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레오나르도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힘을 보탰다.
득점 장면에는 항상 레오나르도가 있었다. 이청용→바코→엄원상으로 이어진 동점골 장면에서 서울 수비수들은 문전에 있던 레오나르도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바코가 헤딩 패스가 떨어진 순간, 기성용이 레오나르도를 놓쳤다. 이때 엄원상이 스피드로 오스마르를 따돌리고 문전을 파고들어 머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막판 레오나르도는 리턴 패스로 설영우가 페널티킥을 얻는데 일조했다. 주심의 PK 판독 온필드리뷰가 약 7분 정도 진행돼 다소 긴장할 수 있었다. 후반 44분 오른발 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울산에 복덩이는 서울전에서 두 골 모두에 관여했고, 두 경기 연속골로 울산의 4연승을 주도했다.
홍명보 감독은 레오나르도가 그저 해결사 역할만 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득점뿐 아니라 많이 뛰면서 연계도 잘한다. 고무적인 건 현재 울산이 특정 선수나 골잡이에게 의존하지 않는, 레오나르도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공격과 득점 분포(총 7골 : 레오나르도 2골, 아마노 준 2골, 바코 1골, 엄원상 1골, 김민준 1골)가 이뤄지고 있다.
레오나르도의 빠른 적응력에 홍명보 감독도 놀라울 따름. 그는 “지난 시즌 이동준이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했지만, 여러 포지션에서 득점이 나왔다.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오면 득점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레오나르도가 가운데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 기회를 만들어준다. 이것이 플러스 요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별한 주문도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본인에게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결정짓는다. 그 대신 막힐 경우에는 수비수를 유인한 뒤 가장 좋은 포지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거나 공간을 만들어준다.
홍명보 감독은 “본인 스타일이 그렇다. 동료와 연계도 좋아하고 득점도 좋아한다. 본인이 동료들에게 잘 맞춰서 장점을 극대화한다”며 단순히 골만 넣는 선수가 아닌 팀플레이어로서 장점에 찬사를 보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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