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또 졌다.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3연패다. 한일전 역사상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굴욕적인 기록 속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정상 탈환도 실패로 돌아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EAFF E-1 풋볼 챔피언십 최종전에서 일본에 0-1로 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일본은 17위다.
FIFA가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모두 대표팀 주축을 이루는 유럽파가 모두 빠졌다. 홍명보 감독은 K리거 23명, J리거 3명으로 대표팀을 꾸렸고, 일본은 26명 전원 J리거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사실상 K리그와 J리그의 맞대결로 압축된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을 넘지 못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역대 한일전 역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당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21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매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이듬해 7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에서도 0-3으로 각각 졌다. 여기에 이날 패배를 더해 한일전 3연패 늪에 빠졌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1954년 첫 한일전이 치러진 이래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2-2 무·승부차기 0-3 패)과 그해 8월 친선경기 0-3 패배, 2013년 동아시안컵 1-2 패배를 당한 적이 있지만, 아시안컵은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패배라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아 있다.
굴욕적인 한일전 3연패뿐만 아니라 한국은 2019년 이후 6년 만의 동아시안컵 우승 탈환에도 실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6(2승 1패)에 머무르며 일본(승점 9)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이기면 우승인 한일전 무대였지만, 홈이점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경기 끝에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일본은 2022년 대회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연속 우승은 한국(3연패) 이후 일본이 처음이다. 통산 우승 횟수는 3회로 한국(5회)과 격차를 좁혔다.

이날 한국은 주민규를 중심으로 나상호와 이동경이 좌우 측면에 서는 3-4-3 전형을 가동했다. 이태석과 김진규, 서민우, 김문환이 미드필드진을 꾸렸고, 김주성과 박진섭, 박승욱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는 조현우. 한국은 수비 시엔 양쪽 풀백이 깊숙하게 내려서 사실상 5-4-1 형태를 꾸렸다.
먼저 기회를 잡은 건 한국이었다. 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든 나상호가 슈팅까지 연결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방향을 튼 뒤 오른발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 슈팅은 골키퍼 손을 지나쳐 골문으로 향했지만, 골대에 맞고 그대로 아웃돼 아쉬움을 삼켰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자마자 곧바로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소마 유키의 오른발 크로스를 저메인 료가 문전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앞서 홍콩전에서 일본축구 역사상 95년 만에 A매치 데뷔전 4골을 터뜨렸던 저메인 료는 한국을 상대로 대회 5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곧바로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쪽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다만 이동경이 찬 왼발 프리킥은 수비벽에 막혔다. 이후 한국은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일본의 빈틈을 찾았다. 그러나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 지역에서 잦은 패스미스가 나오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전반 18분 안도 도모야의 오른발 논스톱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가까스로 추가골 실점 위기를 피하기도 했다.
한국은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기회를 모색했다. 그러나 일본의 조직력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한국 공격은 번번이 일본 수비에 차단됐다. 골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제대로 슈팅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쳤다. 골문 안쪽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단 1개도 없었다.
후반 초반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동점골을 위한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측면 크로스가 골대 쪽으로 크게 벗어나거나 패스 타이밍을 놓쳐 공격 기회가 무산되는 등 번번이 아쉬움만 삼켰다. 일본은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분위기 반전 타이밍을 찾았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일본은 서두르지 않았다.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분위기 반전 타이밍을 노렸다.


한국은 일본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며 동점골을 넣으려 애썼다. 그러나 절묘한 침투패스에 이은 김문환의 크로스는 골문 앞을 그냥 스쳤고, 이동경의 슈팅은 수비에 막혔다. 홍명보 감독은 나상호 대신 문선민(서울)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도 사토 류노스케와 호소야 마오를 교체 카드로 썼다.
후반 중반 이후 일본도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중원 싸움이 펼쳐졌다. 다만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공격 기회까진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전방으로 거듭 패스를 보내 기회를 노렸으나 마지막 패스가 아쉬웠다. 일본도 추가골을 기대할 만한 슈팅까지는 만들지 못하는 지루한 공방전만 반복됐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세트피스 기회도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홍명보 감독은 김진규 대신 강상윤(전북)을 투입해 중원에 변화를 주고, 수비수 김주성 대신 정승원(서울) 카드를 꺼내면서 공격에 무게를 뒀다. 경기가 막판으로 향할수록 한국의 공세가 거세졌다. 후반 40분엔 가장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교체 투입된 이호재가 문전에서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오사코 게이스카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남은 시간 동점골을 위한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일본 수비 집중력은 더 이상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역습 상황에서 문전 슈팅을 허용하며 쐐기골 실점 위기를 맞았다. 반전은 없었다. 한국의 동점골 의지보다 승리를 굳히려는 일본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축구, 그리고 한일전 역사에 굴욕적인 기록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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