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복할 시간을 좀 줘야 하는데, 미안할 뿐입니다."
이명주(32·인천유나이티드) 이야기가 나오자 조성환(52) 감독은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이번 시즌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번 시즌은 월드컵 여파로 모든 팀이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 적지도 않은 나이인 만큼 체력 안배를 해주고는 싶지만, 팀 사정상 쉽지가 않으니 미안한 마음뿐이라는 게 조 감독의 설명이다.
실제 이명주는 이번 시즌 소속팀이 치른 28경기 전 경기에 출전 중이다. 이 가운데 선발로 나선 경기는 무려 26경기. 이번 시즌 인천의 전 경기 출전 선수는 이명주 민경현(21) 둘 뿐인데, 출전시간에서는 차이가 450분 이상 벌어져 있다. 인천에서 1900분 이상 출전한 건 이명주(2258분)가 유일하다.
조 감독이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으면서도 휴식을 주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출전시간이 말해주듯 '대체 불가'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올 초 인천이 이명주를 품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대박 영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조 감독은 "중원에서 완급 조절을 잘해주고 있다"면서 "잔부상 등 우려도 있는데, 감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감독의 이같은 마음을 전해 들은 이명주는 힘든 내색 대신 '미소'로 답했다. 지난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 직후다. 그는 "저를 믿고 기용해주시는 것에 대해서 보답하기 위해 잘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며 "시즌 초반부터 90분 풀타임보다는 70분 등 감독님께서도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고 웃어 보였다.

체력적인 부담에 대해서도 그는 "저보다 고참 형들도 참고 뛰고 있지 않느냐"며 김광석(39) 강민수(36) 등 베테랑 수비수들의 이름을 대신 언급했다. 이명주는 "힘들 수도 있는데 고참 형들도 다 참고 뛴다. 나 역시도 고참으로서 후배들 앞에서 힘든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후배들 앞에서 보여주는 그의 '투지'는 자연스레 팀 분위기와 성적도 바꿔놨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대부분 힘겨운 생존 경쟁을 펼치던 인천은 이명주가 합류한 이번 시즌 K리그 4위에 올라 있다. 파이널 A(상위 스플릿)를 넘어 구단 역사상 최초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명주의 시선은 '그 이상'을 향해 있다. 조성환 감독조차 "(이)명주는 우승을 목표로 하자고 하더라"라고 웃어 보일 정도다. 시민구단의 특성상 아무래도 우승 경쟁보다는 잔류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고, 특히 인천은 창단 이후 아직 우승과 인연이 없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승'이라는 목표는 조금은 의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명주는 "현실적으로 당장 우승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승 경쟁을 위한 팀이 돼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져야만 더 강한 팀, 더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천도 우승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은퇴하기 전에 인천에서 우승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도 있다 보니 계속 우승을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팬들, 프런트들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런 생각으로 운동하고 잘 준비해야만 인천이 더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민구단의 한계 등과는 무관하게 '우승'을 목표로 마음가짐을 가져야 팀이 계속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물론 팬, 프런트 등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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