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굴욕적인 현주소다. 프로축구 K리그 등 국내 무대에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 심판들이 정작 국제무대에서는 '또' 외면을 받았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역시 '이변 없이' 한국 심판들이 설 자리는 없다.
18일 레퍼링월드와 축구계 등에 따르면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축구연맹(AFC)·아프리카축구연맹(CAF)·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심판 세미나 최종 후보 명단에 한국 심판은 단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초 AFC 소속에는 김종혁(42) 심판이 한국 심판 중 유일하게 15명의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각 연맹 세미나에 참석할 최종 후보 10명이 추려지는 과정에서 김종혁 심판 등 5명이 탈락했다.
AFC 소속으로는 일본의 아라키 유스케(39), 중국의 마닝(46), 카타르의 압둘라흐만 알자심(38) 심판 등이 후보에 올랐다. 동아시아에선 중국·일본 심판 2명이 남았고, 나머지는 카타르 국적 2명을 포함해 모두 서아시아 국적 심판들로 채워졌다. AFC 심판 중에선 10명 중 일부만 최종 심사 등을 거쳐 월드컵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로써 한국 심판계는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러시아 대회,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무려 4개 대회 연속 '월드컵 심판' 배출에 실패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한국 심판이 월드컵 무대에 나선 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당시 정해상 부심이다. 마지막 주심은 무려 2002년 한·일 월드컵(김영주 심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비단 성인 월드컵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9월 칠레에서 열렸던 2025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조차 한국 심판진은 외면받았다. 2019년 폴란드, 2023년 아르헨티나 대회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주·부심 배출에 실패했다. 그에 앞서 열린 2025 FIFA 클럽 월드컵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 심판들의 초라한 국제 경쟁력 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심판들의 국제 위상은 더 굴욕적이다. 월드컵에는 나서지도 못하는 중국의 마닝 심판은 국제심판으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일본 역시 꾸준하게 월드컵 심판 등을 배출하고 있다. 심지어 내년 2월 심판 세미나에 참석하는 아프리카 심판 중에는 소말리아, 모리타니 국적 심판들도 있을 정도다. 이들이 월드컵의 꿈을 이어가는 사이, 한국 심판들은 누구도 월드컵에 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성역'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 심판들의 국내 입지와는 정반대다. 실제 심판 개개인을 넘어 심판 사회 자체는 '불통' 이미지가 강하고,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심판 자질과 직결된 오심 논란은 올 시즌 유독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 주심의 인종차별 피해 주장에 오히려 '역풍'을 맞은 건 심판진을 향한 불신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정작 국제무대에서는 외면만 받은 채 설 자리가 없으니, 한국 심판들이 마주한 굴욕적인 상황은 더욱 초라하기만 하다. 한국 심판들이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안타깝다는 반응보다 '차라리 다행'이라는 반응이 더 많은 건 심판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밑바탕에 결국 심판 판정, 나아가 심판계 전체를 향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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