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동안 이어온 팀의 기조도 흔들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새 감독 후보로 '외부인사'라 할 수 있는 이승엽(46) SBS 해설위원을 올렸다.
두산은 올 시즌 60승 82패 1무(승률 0.423)를 기록,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팀 창단 후 최다패, 최저 순위라는 굴욕을 맛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끊기고 말았다.
결국 두산은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11일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김태형(55)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통산 645승을 거뒀고, 7번의 한국시리즈 진출과 3번의 우승을 따내며 명장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두산은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며 새 출발에 나설 뜻을 전했다.
그리고 나온 이름이 바로 이 위원이다. 두산 관계자는 12일 스타뉴스에 "이승엽 위원도 감독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선수 시절 전설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1995년 데뷔한 그는 KBO 15시즌 동안 467개의 홈런과 2156개의 안타, 1498타점, OPS 0.960이라는 뛰어난 성과를 냈다. 한국 무대를 지배한 그는 일본프로야구(NPB)도 8년 동안 경험했다.
이렇듯 뛰어난 선수이기는 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감독석에 앉힌다는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 위원은 2017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후 현장에 돌아온 적이 없다. 방송 출연과 공익재단 활동 등 주로 경기장 밖에서 활약했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그가 코치도 아니고 곧바로 감독으로 온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물론 코치 경험이 없거나 적다고 해서 사령탑이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이 위원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선동열 전 감독은 수석코치 1년 경험 후 곧바로 감독 자리에 올랐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현 KIA 단장)과 허삼영 전 삼성 감독도 코치를 맡지 않고 곧바로 감독석에 앉았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위원이 이전까지 아예 두산과 인연이 없던 인사라는 점이다. 1982년 창단 후 두산은 지금까지 순혈주의에 가까운 감독 인선을 보여줬다. 창단 사령탑인 김영덕 감독을 제외하고 2대 김성근 감독부터 10대 김태형 감독까지 두산은 대부분 팀 선수 출신이거나, 적어도 코치 경험이라도 있는 지도자를 감독으로 올렸다.
김성근, 이광환 감독은 팀에서 코치 생활을 수년간 하다가 감독직에 올랐고, 윤동균, 김경문, 김진욱, 김태형 감독은 팀에서 선수로 활약한 인물이다. 4대 이재우 감독과 9대 송일수 감독도 짧지만 두산에서 코칭스태프로 있다가 감독으로 승격됐다.

이전까지 두산과 아무런 인연이 없던 감독은 6대 김인식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프로 출범 후 해태 수석코치, 쌍방울 감독을 거쳐 1995년 두산의 전신인 OB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특유의 '믿음의 야구'로 2003년까지 9년 동안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팀에 안겨줬다.
공교롭게도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시절에도 두산은 위기를 맞이했다. 1994년 두산(당시 OB)은 선수단 항명 사태로 인해 윤동균 감독이 물러나는 일이 일어났다. 구단에 큰 변화를 줘야 하는 시점에서 두산은 김 감독을 선택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미 지도자 경력이 20년이 넘었던 김 감독과 비교하면, 아예 코치 경험도 없는 이 위원은 더 파격적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특정 팀에 대한 이미지가 없던 김인식 감독에 비해 이승엽 위원은 '삼성 원 클럽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두산은 아직 이 위원과 제대로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산은 다음 시즌 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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