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 기자의 도발적인 질문에도 박항서(64)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허허허' 웃으며 대인배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공식 석상에서 그런 질문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태국 축구 대표팀과 2022 AFF(아세안축구연맹) 미쓰비시컵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베트남은 후반 막판까지 1-2로 뒤지며 안방에서 패배를 경험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44분 부 반 탄이 환상적인 오른발 동점포를 터트리며 기사회생,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제 태국과 베트남은 오는 16일 오후 9시 30분 태국에 위치한 타마삿 스타디움으로 옮겨 결승 2차전을 치른다. 베트남이 승리하거나 혹은 3골 이상 득점의 무승부를 거둔다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콴 더 타오 등 베트남 매체에 따르면 박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태국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베트남의 최대 라이벌 국가라 더욱 박 감독의 견해가 궁금한 듯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태국서 맹활약을 펼친 '주장' 티라톤 분마탄(33·부리람 유나이티드)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 감독은 "다른 팀 선수 개인에 대해서는 제가 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가 유능한 선수인 건 사실이나 우리 팀에도 그만한 수준의 선수는 많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베트남 리그도 경기력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한 단계 높은 아시아권이나 유럽에 진출하면, 보는 시각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무승부로 박 감독은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태국과 상대 전적에서 1승 4무 1패를 기록하게 됐다. 2019년 킹스컵 승리 후 3년 동안 태국을 꺾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태국을 이끄는 알렉산드레 폴킹(47·브라질) 감독은 2021년 9월 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한 현지 기자가 박 감독이 폴킹 감독 상대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부분(2무 1패)에 대해 질의했다. 충분히 도발적인 질문으로 읽힐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어려운 질문만 하십니다"라며 '허허' 웃어 보였다.
계속해서 박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어느 나라 감독이나 다 훌륭하다. 그 나라를 대표해서 나온 감독이다. 저는 폴킹 감독도 유능한 지도자라 생각한다. 훌륭한 지도자다. 저보다 나은 감독일 수도 있다. 감독은 결과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저 자신이 폴킹 감독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는 최선을 다하는 감독이다. 평범한 감독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이야기했다. 도발적인 질문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히려 적장을 치켜세우며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확실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질문한 취재진을 향해 박 감독은 "앞으로 질문하실 때 상대방 감독과 비교하는 건, 어떻게 보면 그런 질문 자체가 예의에 어긋날 수도 있다. 공개석상에서 그런 질문은, 감독이 (다른 감독과) 비교 대상이 될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하면서도,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