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팀에 승리를 안기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돌아온 안방 잠실에서 터뜨린 1674일 만의 홈런포였다. 그러나 경기 후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최악"이라고 자평했다.
두산에서 데뷔해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는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났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그의 몸값은 무려 152억 원(4+2년)이었다.
베테랑으로서의 경험 전수, 포수로서 투수를 이끌어야 책무, 중심 타자로서 승부처에서 날려야 하는 한 방. 양의지가 느끼는 152억 원의 무게였다. 그렇기에 양의지는 이날 팀 승리를 이끌고도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양의지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5-4로 역전한 8회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날렸다. 이전까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152억 포수 겸 중심타자'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한 방으로 제 몫을 다했다.
두산은 3연승을 달렸고 17승 16패 1무, 승패 마진을 플러스로 바꿨다. 연이틀 대포를 쏘아올린 양의지의 활약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전날 양의지는 경기 후 자신의 활약에 대해 악평을 했다. 이유는 '몸값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13일 경기 전까지 홈런이 단 하나에 그쳤던 자신을 채찍질한 것이다.

그리고 이날 경기 양의지는 다시 한 번 폭발했다. 장현식의 시속 146㎞ 빠른 공을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전날에 이어 연속 경기 홈런이자 시즌 3호포. 18번째 타점으로 양석환과 함께 팀 내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경기 후 양의지는 "홈런 상황은 운이 좋았다. 앞선 타석까지 타이밍이 좋지 않았는데 행운의 홈런이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잘한 부분에 대해선 고개를 숙였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냉철히 돌아봤다. 이번엔 포수로서 자질에 대해 언급했다. 경기 후 양의지는 "먼저 라울 알칸타라에게 미안하다. 투구수를 아끼면서 더 길게 던질 수 있는 경기에서 내가 2회 포구 미스를 했다"며 "다음엔 준비 잘해서 알칸타라와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선발 알칸타라는 이날 6이닝 1실점 호투했다. 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다만 양의지는 자신의 작은 실수도 용납지 않았다. 2회초 선두타자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양의지가 알칸타라의 포크볼을 뒤로 빠뜨려 스트라이크 낫아웃이 선언됐고 최형우가 1루로 향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으나 투구수가 다소 많아진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두산은 4월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에도 선발진의 호투로 5할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저조한 타격 성적이었다. 표본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의지의 4월 타율 0.284 1홈런 10타점이라는 성과가 나쁘다고만 평가할 순 없었지만 그는 자신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양의지의 대포의 부활에 힘입어 두산은 연승 행진을 달렸고 이제 진정한 두산의 힘이 발휘될 때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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