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부산] 이현민 기자= ‘듬성듬성, 움푹 파인 잔디가 아니다.’
논두렁 잔디에서 A매치를 치르는 일은 없다. 태극전사들이 최상의 그라운드를 누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페루와 하나은행 초청 친선전을 치른다.
부산에서 모처럼 열리는 A매치다. 2019년 12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이후 3년 6개월만이다.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 지휘 아래 한국이 3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해외파가 모두 모였던 경기는 같은 해 6월 호주와 평가전이다.
한국 수장으로 앉은 뒤 1무 1패를 기록 중인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 좋은 기억을 안고 있는 부산에서 데뷔 승을 기록할지 관심사다.
이번 페루전은 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다. 5월 27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기념 K팝 콘서트가 열렸다.
이로 인해 A매치 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K리그2에 속한 부산아이파크가 방을 빼 구덕운동장으로 홈 이전 경기를 치르는 사태가 일어났다. 부산아이파크는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이었다.
부산시는 2018년 9월 이곳(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칠레와 A매치를 열 계획이었지만, 당시 콘서트로 인해 잔디가 손상됐다.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과거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가 그라운드 상태와 시설물 등을 면밀히 검토 후 페루전을 열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잔디 전문가를 대동해 지난달 말 콘서트 당일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아 실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합격점을 받았다.
부산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한축구협회,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축구협회가 서로 협조해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말 실사 후 계속 경기장을 찾으며 노력을 기울였다”고 털어놓았다.
선수단 몸값 총액이 1억 2,603만 유로(약 1,739억 원)인 한국 선수들이 잔디 때문에 다치거나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 못할 가능성은 제로다.
주장인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포함해 24명의 선수가 지난 12일 부산에 소집됐다.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구덕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우선, 아시아드주경기장을 두고 왜 구덕운동장에서 훈련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선수단 숙소가 있는 곳은 구덕운동장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이 훨씬 가깝다. 숙소에서 구덕운동장을 왕복할 경우 교통 체증도 심하다. 게다가 아시아드주경기장 뒤편에는 보조경기장이 있다.
문의 결과 부산시축구협회 관계자는 “애초 보조경기장에서 대표팀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사방이 훤히 드러나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덕운동장의 잔디 상태도 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왔다.
국제대회처럼 대표팀의 전력 노출이 염려돼 연습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기 때문에 안정상 문제를 염려했다. 그래서 구덕운동장을 택했다.

구덕운동장에서 5월 28일 부산아이파크와 충남아산, 6월 10일 부산아이파크와 김포FC의 경기가 열렸다. 이미 테스를 끝냈다. 대표팀이 훈련이 진행된 3일 동안 최상의 그라운드 컨디션을 자랑했다.
14일 오후, 한국과 페루전이 열릴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았다.
일단 경기장 메인 진입로에서 훤히 드러난 경기장 외관은 다소 의문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기존 하얀색과 다른 한 면만 누런색이었다. 마치 한지를 덧댄 듯 급하게 땜질한 외관이었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

우려를 안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트랙에서 올려다본 지붕은 다행히 많이 어색하지 않았다.
경기장 지붕은 2020년 태풍 마이삭 때 9개가 파손됐다. 3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다. 7월에 보수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A매치로 앞당겼다. 우천 시 관중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과 전파를 탔을 때 미관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발 빠른 움직임으로 대처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은 한눈에 봐도 아주 좋았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양쪽 골라인 뒤편도 인조잔디를 덧대 폭이 늘어났다. 선수들이 트랙으로 넘어져 부상을 입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15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페루전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다. 클린스만 감독과 수문장 김승규가 참석한다.
이날 태극전사들이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는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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