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혁(27·용인시청)이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 앞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우상혁은 4일 오후 8시(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Stadium)에서 시작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3을 통과한 뒤 2m35를 넘지 못해 바르심(2m35)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은메달을 차지했던 우상혁은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진택(1998년 방콕·2002년 부산 대회 금메달)에 이어 21년 만에 한국 2번째 남자 높이뛰기 금메달 획득에 아쉽게 무산됐다.
이미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세계 최고 무대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던 우상혁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상혁으로선 가장 강력한 경쟁자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과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었지만 아시아 최강자 자리를 바르심에 내줬다.


■ 높았던 바르심의 벽, 개인 시즌 기록도 못 넘은 건 아쉬움
지난 2일 예선에서 2m15를 가볍게 넘고 결승행 자격을 획득한 우상혁은 다시 2m15를 넘었고 2m19로 시작했다. 빠르게 스텝을 밟은 우상혁은 높게 뛰어올라 바를 훌쩍 넘었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바르심은 2m19에서 한참 뒤에서 뛰어올라 새처럼 가볍게 바를 뛰어넘으며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점퍼라는 걸 증명했다. 점프를 마친 그는 이내 점퍼를 입고 자신만의 세계에 돌입하며 '4차원 점퍼' 다운 면모를 보였다.
2m19에서 탈락자가 속출한 가운데 우상혁은 2m23으로 바를 높였다. 관중의 호응을 유도한 그는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성큼성큼 뛰어가더니 아무런 어려움 없이 바를 1차 시기 만에 점프에 성공했다.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나타냈다.
뒤이어 도약을 준비한 바르심도 단번에 2m23을 뛰어 넘어섰다. 2m35 이상의 최고 기록을 가진 마즈디 가잘(시리아)은 2m23도 한 번에 넘지 못했다. 2019년 이후론 2m30도 넘지 못하고 있던 그는 역시나 고전했다. 사실상 일찌감치 우상혁과 바르심의 2파전 양상이 펼쳐졌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2m26, 이어 2m29까지도 차례로 넘어섰다. 2m29까지 성공한 건 둘과 신노 토모히로(일본)까지 단 3명에 불과했다. 신노는 2m19와 2m23에서 한 차례씩 실패를 해 순위에서 밀린 터였다.
단 3명만 남았고 바 높이는 2m31로 높아졌다. 먼저 나선 우상혁이 첫 시기에 통과했다. 그러나 바르심도 성공을 시키며 진땀 승부가 이어졌다. 단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은 둘은 공동 1위였다. 뒤이어 점프에 나선 신노는 실패했다. 자신의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웠으나 우상혁-바르심 경쟁 구도에 합류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2m35의 벽은 높았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 실패했고 바르심은 성공했다. 같은 기록일 경우 실패가 있는 선수는 차순위로 밀린다. 결국 우상혁은 2m35를 패스하고 2m37로 바를 높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남은 두 차례 기회가 모두 무산됐다.
바르심도 2m37의 벽은 높았다. 세 차례 모두 실패했다. 그럼에도 앞서 2m35를 성공시킨 터라 개인 3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했다.


■ 포기할 뻔 했던 높이뛰기→꿈의 무대 우승→'최강' 바르심 넘는 건 파리 올림픽으로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고 높이뛰기 선수 생활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던 우상혁이다. 그가 평생 은인으로 여기는 김도균 코치의 만류 끝에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도쿄 올림픽에 나선 우상혁은 생글생글 웃는 밝은 성격과 함께 패기 넘치는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실력은 더 놀라웠다. 단숨에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운 우상혁은 2m35를 넘었다.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우승자 바르심,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의 기록 2m37과는 단 2㎝ 차이였다.
이후 기량을 급격히 끌어올린 우상혁은 지난해 세계 무대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급 점퍼로 성장했다. 올 시즌엔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달 17일 육상 선수에겐 꿈의 무대로 불리는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최상위권 선수들만 출전하는 파이널 대회에서 2m35를 넘어 우승 감격을 누렸다.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우상혁에게 대회를 1년 앞두고 바르심과 정면 대결할 수 있는 대회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개인 최고 기록은 2m43로 현역 최고이자 높이뛰기 역사상 2위로 압도적. 우상혁의 최고 기록은 2m36으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올 시즌 세계육상연맹 랭킹에서도 바르심이 2위(1403점), 우상혁이 4위(1376점)으로 다소 밀렸으나 최근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정상에 오른 건 우상혁이었다. 그러나 이날 자신의 시즌 기록인 2m35를 넘어서지 못해 바르심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한편 최진우는 1차 시기에 2m15를 성공했으나 2m19를 넘지 못해 전체 1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 남자 높이뛰기 주요 기록
▷ 세계 신기록 : 2m45, 소토마요르 하비에르(쿠바), 1993년 살라망카 국제육상대회
▷ 아시아 신기록 : 2m43,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2014년 브뤼셀 다이아몬드리그
▷ AG 신기록 : 2m35,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2014년 인천 AG
▷ 우상혁 신기록 : 2m36(실내), 2022년 세계실내육상선수권 / 2m35(실외) 2021년 도쿄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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