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30년 경력의 베테랑 코치는 달랐다. 김태형(56) 신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김광수(66) 벤치코치가 선수들에게 애정어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코치는 최근 롯데의 마무리훈련이 진행 중인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김태형 감독님이 오셨으니까 감독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위계질서가 잡혀서 하나가 되고, 서로 조언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다 표출할 수 있게끔 해야 (순위가) 위로 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 후 1993년부터 OB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코치는 2017년 한화에서 물러날 때까지 오랜 시간 현장에서 활약했다. 코치 생활을 시작한 것만 따지면 무려 30년이나 된다. 작전·주루 분야에서 인정받은 김 코치는 2004년부터 두산 수석코치를 7년 동안 맡았고, 2011년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 물러나자 잔여 시즌 감독대행을 맡았다. 이어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거쳐 2015년 한화의 수석코치를 맡아 김성근 감독이 물러날 때까지 동행했다.

한동안 현장을 떠나있던 김 코치는 OB-두산 베어스에서 김 감독과 동료 선수로(1990~1992년), 코치와 선수로(1993~2001년), 동료 코치로(2002~2011년)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인물이다. 이에 지난달 롯데 제2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이 연락을 취해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일구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 코치 역시 흔쾌히 받아들였다.
2017년 한화에서 나온 후 무려 6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코치는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평생을 야구를 좋아했다. 운동장에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젊은 선수들과 같이 지내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조금이라도 롯데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힘을 내는 게 내 역할이라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하지만 KBO 리그에서는 한화나 SSG 등 일부 팀이 도입했던 '벤치코치' 직책은 감독의 오른팔로 여겨진다. 빅리그에서는 주로 감독급 인사가 맡는다. 수석코치 경력이 길고, 감독대행까지 해봤던 김 코치에게 최적화된 자리다. 김 코치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벤치코치 역할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모든 팀들에 다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경험이나 연륜이 있는 사람들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게 벤치코치의 역할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수석코치처럼 하면서도 중간중간 역할을 잘해서 틈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메꿔가는 교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날 김 코치는 대부분의 시간을 선수들을 향해 애정이 담긴 쓴소리를 던지는데 할애했다. 지난 1일부터 롯데에 합류했다는 그는 "롯데는 사실 롤러코스터 아니었나. 잘할 때와 안될 때의 차이가 있었다. 팬들의 열정적인 면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고 진단했다. "팬들의 열기나 성화가 좋았다"고 말한 그는 "이런 것에 비해 밖에서 볼 땐 단합이 안됐다는 느낌이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간의 간격을 메워줄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지금도 명문구단이지만 상위권에서 놀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특히 젊은 선수를 향해서는 안타까움이 담긴 말도 전했다. 앞서 김 감독은 선수단과 상견례 후 취재진과 만나 "백업으로 있다가 1군에 주전으로 뛴 선수들에게 항상 당부하고 싶은 것은, 다음 해에 지금보다 더 잘할 거라는 생각들만 가지고 있는 거 같다. 두산에 있을 때도 몇몇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내년에 이거보다 좀 잘할 것 같다'는 건 절대 착각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이) 정말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독님이 좋은 이야기 하셨다"고 공감한 김 코치는 "요즘은 운동장만 나오면 스타가 돼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스타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 이대호처럼 몇 년 동안 꾸준히 쌓아올린 업적이 있어야 알아주는 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선수들에게 '이름 석 자 지워라'고 한다. 그걸 보지 않더라도 팬들이 플레이만 봐도 알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과 김 코치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건 또 있었다. 앞서 김 감독은 "선수들을 오래 봐왔지만, 슬럼프가 올 때 머리로만 고민하는 선수들이 많다. 머리로만 느끼지 말고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코치 역시 "유튜브 등 매체가 발달해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등을 접하면서 아는 건 많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면서 자기 걸 만들어가는 과정이 부족하다"면서 "운동이라는 건 즐겁고 행복한 게 아니다. 진지함 속에서 고통이 따라야지, 맨날 꿈속에서 헤매는 훈련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에게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코치는 계속해서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습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얼마나 오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집중력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무의식 중에 플레이가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코치는 연습을 '함박눈'에 비유했다. 밤새 소리없이 내리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쌓인 눈을 치우려면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올바른 자세로 꾸준히 배워야 효과가 있다. 나쁜 습관으로 연습하면 나중에 고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또한 김 코치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말도 이어갔다. 그는 선수 시절을 떠올리며 "예전엔 노히트 노런(1988년 장호연) 당했다고 난리가 났다"며 "물론 옛날처럼 과하면 안되겠지만, 그만큼 관심과 열정이 높다는 이야기 아니겠나"고 말했다. 김 코치는 "야구에 열정이 있는 도시가 잘해야 프로야구가 발전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어 "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 잘해도 내년에도 잘해주지 않는다"며 꾸준히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코치는 말만 이어가지 않았다. 훈련 내내 펑고 배트를 들고 선수들에게 펑고를 쳐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조언도 아끼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지도자의 열정 속에 롯데는 뜨거운 분위기로 훈련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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