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33·토트넘)이 기어코 무관의 한을 털어냈다. 자신의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은 물론, 오랫동안 충성심을 보였던 구단의 한까지 17년 만에 풀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등 옛 동료들이 우승 타이틀을 위해 팀을 떠날 때 홀로 구단에 남아 보였던 충성심이, 결국 새 역사로 이어졌다.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비며 역사적인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번 우승으로 손흥민은 프로 데뷔 처음으로 우승 타이틀을 커리어에 새겼다. 지난 2010~2011시즌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는 바이어 레버쿠젠을 거쳐 토트넘으로 이적했지만, 이번 우승 전까지 우승 경험이 없었다. 프로 데뷔 15시즌 째만인 이번 시즌에야 마침내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토트넘 구단 역사도 새로 썼다. 토트넘은 지난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대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리그컵 준우승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등 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그러나 이번엔 맨유를 꺾고 마침내 정상에 섰다. 오랜 무관의 한을 털어내는 순간, 토트넘을 이끈 주장은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낸 '낭만의 우승'이라 의미는 더욱 값졌다. 그동안 손흥민과 토트넘엔 오랫동안 '무관'이라는 오명이 늘 따라다녔다. 이 과정에서 결국 여러 핵심급 선수들도 결국 팀을 떠났다. 손흥민과 영혼의 투톱이었던 케인이 대표적이었다. 케인은 한때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추진하는 등 오랫동안 우승 타이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케인뿐만 아니었다. 그동안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우승을 좇아 팀을 났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을 떠난 선수들은 저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팬들 사이에선 토트넘을 탈출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의미의 이른바 '탈트넘 효과'가 조롱처럼 나왔다. 자연스레 어느덧 커리어 막바지, 무관의 한을 털기 위해서라도 손흥민 역시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 우승권 팀들의 러브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묵묵히 '잔류'를 택했다. 우승 경쟁을 펼치는 구단들의 러브콜도, 심지어 천문학적인 연봉을 제안한 중동 구단들의 러브콜도 모두 마다하며 구단과 팬들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보란 듯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케인은 트로피를 위해 토트넘을 떠났지만, 손흥민은 의심하는 이들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남았다. 손흥민은 토트넘 최고의 선수로 남을 것"이라고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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