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마친 손흥민(33)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라스트 댄스'를 펼쳤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FC 이적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치러진 사실상 토트넘 고별전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한국 팬들 앞에서 고별무대를 치렀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특별했다.
토트넘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출전해 후반 20분 교체될 때까지 65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했다"면서 토트넘과 결별을 공식화했다. 지난 2015년 토트넘 입단 이후 10년 만이다. 토트넘 이적 후 숱한 러브콜에도 팀을 떠나지 않은 손흥민은 팀의 주장 역할까지 맡은 뒤, 지난 시즌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이끈 뒤에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진정한 '레전드'로 거듭난 손흥민은 "지난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했다"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함으로써 모든 걸 이뤘고,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그게 가장 컸다"며 토트넘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손흥민의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날 경기장엔 빈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관중들이 들어찼다. 공식 관중 수는 무려 6만 4773명에 달했다. 경기 전부터 손흥민이 소개되거나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브레넌 존슨은 '찰칵 세리머니'로 손흥민에게 선물을 선사했다. 손흥민의 등번호를 의미하는 전반 7분과 후반 32분(77분)엔 트럼펫 깜짝 연주를 통한 손흥민 응원과 '나이스 원 쏘니'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고, 관중들이 이를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후반 20분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토트넘 선수들과 포옹 이후 그는 양 팀 선수들의 도열을 받으며 벤치로 향했고, 관중들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손흥민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교체 사인 직후 처음엔 환하게 웃던 손흥민의 얼굴은 어느덧 눈물로 가득찼다.
한국 팬들 앞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라스트 댄스를 펼친 손흥민은 곧 LAFC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현지 매체와 이적 전문가들은 일제히 손흥민의 LAFC 이적이 임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LAFC가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데다 손흥민이 직접 결별을 발표한 만큼 토트넘의 남은 프리시즌을 동행하는 대신 속도를 내 이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날 토트넘은 마티스 텔이 최전방에 서고 손흥민과 파페 사르, 브레넌 존슨이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아치 그레이와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벤 데이비스와 케빈 단조,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안토닌 킨스키.
뉴캐슬은 앤서니 고든과 하비 반스, 조엘링톤, 제이콥 머피가 공격진을 꾸렸다. 루이스 밀리와 브루노 기마랑이스가 중원에 포진했다. 맷 타겟과 대니얼 번, 파비안 셰어, 키어런 트리퍼어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닉 포프가 골문을 지켰다.
토트넘이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사르와 벤탄쿠르의 연이은 하프발리 슈팅이 나왔으나 수비에 막혔다. 전반 3분 만에 균형을 깨트렸다. 아크 정면에서 찬 존슨의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뉴캐슬 골망을 흔들었다. 존슨은 손흥민의 시그니처인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손흥민은 그런 존슨을 안아주며 골을 축하해 줬다.



선제골 이후 토트넘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경기를 치렀다. 뉴캐슬이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동점골을 노렸으나 기회를 만들진 못했다. 전반 17분엔 토트넘이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최종 수비수 공을 빼앗은 텔이 골키퍼와 완벽한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슈팅은 그러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후 양 팀이 결정적인 기회를 잇따라 놓쳤다. 전반 22분 조엘링톤의 강력한 문전 헤더는 토트넘 골문을 살짝 외면했다.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은 페드로 포로의 프리킥으로 연결됐지만 골키퍼 손 끝에 걸렸다. 전반 35분 손흥민은 수비수 롱패스를 받아 역습을 전개했지만, 개인기에 이은 슈팅이 수비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뉴캐슬이 전반 38분 균형을 맞췄다. 고든의 패스를 받은 반스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다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토트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은 1-1로 맞선 채 마무리됐다.

토트넘이 하프타임 먼저 교체카드를 꺼냈다. 로메로와 포로, 벤탄쿠르가 빠지고 제드 스펜스와 미키 판더펜, 루카스 베리발이 투입됐다. 손흥민은 후반에도 계속 경기에 나섰다. 후반전 경기 양상은 다소 조용했다. 치열한 공방전보다는 신중하게 기회를 찾는 데 집중했다.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후반 20분엔 손흥민이 관중들의 기립박수와 양 팀 선수들의 도열 속 교체돼 토트넘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벤치에 앉은 손흥민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하자, 팬들은 '울지 마'를 외치며 그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후 토트넘은 히샬리송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고, 뉴캐슬도 박승수 등 교체카드를 활용해 마지막 한 방을 노렸다.
다만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한 방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은 히샬리송의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등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토트넘 역시 양민혁 카드를 꺼냈지만 반전을 만들진 못했다. 손흥민의 눈물의 라스트 댄스 속, 두 팀의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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