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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야구도 위기 직면' 5일 개막 여름 고시엔, '고교팀-관중-홈런수' 3저 현상 심각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日 야구도 위기 직면' 5일 개막 여름 고시엔, '고교팀-관중-홈런수' 3저 현상 심각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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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고시엔 대회에 출전한 한 고등학교 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고시엔 대회에 출전한 한 고등학교 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5일 개막하는 제107회 여름철 고시엔 대회(일본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의 고민거리는 크게 3가지다. 고교야구 팀과 대회 관중, 홈런 수가 줄어들고 있는 이른바 '3저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에 등록된 고교야구 팀의 숫자는 2025년 기준 3768개교이다. 이는 가장 많았던 2005년(4253개교)에 비하면 485개교(11.4%)가 감소한 수치다.


기본적으로 일본 고교야구 팀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저출산 현상과 관련이 깊다. 일본은 지난 2005년 당시 역대 최소인 합계출산율 1.26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태어난 신생아 수도 역시 역대 최소인 106만 2530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점점 더 줄어들어 2024년에는 1.15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일본 고교야구 팀 수의 감소는 이러한 저출산 현상에서 비롯된 문제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야구는 전통적으로 일본 고교생들이 부활동(부카츠)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팀 훈련을 해야 하는 시간이 길고 부상 위험도 높은 편이라는 게 단점이다. 여기에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연습 시간이 짧고 야구에 비해 비용도 덜 드는 농구, 축구 같은 종목이 과거에 비해 각광을 받고 있다.


지역 예선을 거친 전국의 49개 팀이 참가하는 여름철 고시엔 대회는 총 관중 수도 줄어들고 있다. 이 부분도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일본의 높아진 여름철 평균 기온이다.


일본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여름철(6~8월)평균 기온은 역대 최고였다. 1991~2020년의 평균치보다 무려 섭씨 1.76도나 높았다. 공교롭게도 2024년 여름철 대회의 총 관중 수는 약 67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이던 2019년(약 84만 명)에 비해 17만 명이나 줄어 들었다.


고시엔 대회의 응원 모습.  /AFPBBNews=뉴스1
고시엔 대회의 응원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해 봄철 및 여름철 고시엔에서는 홈런 수와 장타율도 급감했다. 이는 2024년부터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이 대회에서 타구의 비거리를 감소시키는 저반발 금속 배트를 썼기 때문이다.


작년 봄철 대회의 홈런 수는 3개에 불과했고 여름철 대회에서도 홈런은 7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수치는 지난 1974년 일본 고교야구가 금속 배트를 도입한 이후 모두 역대 대회 최소 기록이었다.


장타율도 뚝 떨어졌다. 2017년과 2023년 여름철 대회의 장타율은 각각 3할6푼6리와 3할5푼8리였다. 하지만 2024년 여름철 대회의 장타율은 2할8푼6리로 급락했다.


일본 고교야구에서 저반발 배트를 사용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타구 속도를 줄여 투수의 상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도 2019년 여름철 고시엔 대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오카야마 가쿠게이칸(岡山学芸館)고교의 투수 니와 준페이는 타구에 왼쪽 얼굴을 맞아 안면 골절상을 당했다.


저반발 배트를 사용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일본 고교야구에서 지속됐던 '타고투저(打高投低)'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었다. 지난 해 대회에서 홈런 숫자와 장타율이 급감해 타고투저 현상은 상당히 해결됐다. 하지만 반대로 호쾌한 타격전이 줄어들자 경기를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 고교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은 1974년 금속 배트를 사용하면서 본격화됐다. 나무배트만을 사용할 수 있었던 1973년 여름철 고시엔 대회에서 나온 홈런 수는 10개(1경기 평균 0.21개)에 불과했지만 1984년 같은 대회에서 터져 나온 홈런은 47개(평균 0.98)로 크게 늘어났다.


타격전 양상을 보이면서 고시엔 대회의 인기도 더욱 높아졌다. 14일간 펼쳐진 1990년 여름철 고시엔 대회의 총 관중 수는 92만 9000명(1일 평균 6만 6357명)이었다. 100회 기념 대회가 열린 지난 2018년에는 101만 5000명의 역대 최다 관중 동원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00회 대회는 이례적으로 56개 팀이 참가해 17일간 경기가 치러졌다. 일반적으로 여름철 고시엔 대회는 49개 팀이 14일 간 열전을 펼친다. 이 때문에 여전히 1990년 대회가 1일 평균 최다 관중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지난해 여름철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지난해 여름철 고시엔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일본 고교야구 팀 수가 1980년대부터 2005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1970년대 초반 일본에서 '단카이 주니어'라고 불리는 새로운 베이비 붐 세대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고등학교에서 더 많은 야구팀이 생겨날 수 있었던 데에는 1974년 금속 배트 시대의 개막이 큰 영향력을 미쳤다.


기본적으로 나무 배트는 부러지기 쉬운 소모품이라 고교 야구부 운영에 적지 않은 재정적 어려움을 줬다. 무엇보다 1973년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그 가격이 갑자기 비싸졌다. 당시 일본에서 석유 가격의 폭등으로 목재 생산과 운송 비용이 높아지면서 목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금속 배트 사용에 대해 반대하는 일본 고교야구계의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의 일본 야구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들이 고교 시절 금속 배트를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고교야구는 엘리트 야구 선수들만을 위한 무대는 아니었다. 일반 학생 자격으로 고교 야구부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금속 배트 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 문제가 더 중요했다. 특히 야구부 운영 예산이 사립학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금속 배트로의 전환이 절실했다.


당시 일본고교야구연맹의 사에키 다츠오(1892~1980) 회장이 "고교 야구부는 제한된 예산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비가 지나치게 많이 들면 향후 고교 야구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역설한 이유였다.


하지만 금속 배트를 사용한 이후 전성기를 구가해 왔던 고시엔 대회는 저출산, 여름철 평균기온 상승과 저반발 배트의 도입이 만든 '3저 현상'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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