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최초로 여성 심판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젠 파월(49)이다.
미국 매체 ESPN은 10일(한국 시각) "젠 파월이 MLB 정규시즌 경기에 출장한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됐다"고 보도했다.
10일 파월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파크에서 펼쳐진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더블헤더 1차전에 1루심으로 배정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MLB 정규시즌 경기에 여성 심판이 배정된 건 지난 1876년 내셔널리그(NL)가 창설된 이래 150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소프트볼 선수 출신인 파월은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을 쌓으며 꿈을 꿔왔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MLB 역사 최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ESPN은 "파월이 MLB 역사를 쓴 건 미국프로농구(NBA)가 성별의 장벽을 허문지 28년 만이다. 또 미국프로풋볼(NFL)이 최초로 여성 심판을 고용한 지 10년만"이라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3년 전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여성 심판을 투입했다. 반면 북미아이스하키 리그(NHL)에서는 여성 심판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파월은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나왔다. 이어 1루 파울 라인을 따라 몸을 푼 파월은 마이애미의 1루 코치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경기장에는 일부 팬들이 파월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며 그를 응원했다. 또 그의 가족을 포함해 약 30여명의 지인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은 1회초 종료 후 애틀랜타 선발로 등판한 허스턴 월드렙을 만나 잠시 멈춰 세운 뒤 이물질 검사를 하기도 했다. 파월은 2회초 마이애미의 공격 때 선두타자 리암 힉스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는 순간, 1루에서 처음으로 아웃 콜을 했다. 또 3회초 1사 1, 2루에서는 마이애미의 하비에르 에드워즈가 병살타를 치자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 역동적으로 아웃을 선언했다.
파월은 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3루심으로 투입해 깔끔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 파월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애틀랜타와 마이애미의 맞대결에서 주심으로 출격할 예정이다.



경기를 마친 뒤 파월은 "그저 정말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저를 연호하며 박수를 쳐주는 것 같았다. 정말 강렬했다. 감동을 받았다"면서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 나는 여전히 꿈속에 살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환경을 선사한 가족,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더블헤더 1차전은 애틀랜타의 7-1 완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 브라이언 스니커 애틀랜타 감독은 파월에 대해 "정말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월은 학창 시절 소프트볼과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소프트볼 심판으로 활약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MLB 심판 트라이아웃 캠프를 수료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마이너리그 무대를 누비며 본격적으로 빅리그 심판으로 서는 꿈을 키워나갔다.
1200경기 이상의 마이너리그 경력을 쌓은 파월은 2023년 트리플A 챔피언십 경기에 배정돼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이어 지난해에 MLB 시범경기에 초청돼 심판을 맡은 파월은 올해에도 시범경기에서 심판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이번에 마침내 정규시즌 무대를 밟으며 영원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파월은 경기 후 자신이 썼던 모자를 명예의 전당에 기부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