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의 '허슬두' 정신이 부활했다. 그 중심에는 임시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성환(49) 감독대행이 있다. 이대로라면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두산 팬들 역시 조성환 대행을 지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두산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4-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5일과 16일 연이틀 KIA에 끝내기 역전승을 거둔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도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 싹쓸이에 성공했다. 4연승을 달린 두산은 49승 5무 59패를 마크하며 9위에 자리했다. 8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도 어느새 2.5경기로 좁혀졌다.
이날 두산 선발은 제환유.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의 선발 데뷔전이었다. 반면 KIA 선발은 에이스 제임스 네일. 누가 봐도 선발 무게 싸움에서는 KIA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패기로 맞섰다. 1회부터 선취점을 허용하는 등 위기도 있었다. 선발 제환유는 1회초 1사 후 박찬호에게 볼넷, 김선빈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최형우가 좌익수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렸다. 계속된 2사 2루 상황. 제환유는 나성범과 위즈덤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이 움직였다. 직접 마운드에 올라온 것. 스타뉴스 취재 결과 이때 조 대행은 제환유를 향해 "떨려? 다리 느낌 있어?"라고 웃으며 물어봤다. 제환유가 "괜찮습니다"라고 답하자, 조 대행은 "그럼 자신 있게 던져. 네 공 좋아. 네 공이 제일 좋아서 오늘 선발이야"라고 말하며 독려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제환유는 곧바로 오선우를 2루 땅볼 처리하며 만루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넘겼다.
이후 제환유는 5회까지 KIA 타선을 상대로 추가 점수를 주지 않은 채 자신의 공을 씩씩하게 던졌다. 5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1자책). 비록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또 한 번 두산이 화수분 야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조 대행은 지난 6월 3일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 사퇴하자 급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은 첫날부터 내야수 강승호와 양석환, 그리고 외야수 조수행 1군 엔트리에서 제외, 2군으로 내려보내는 파격 결단을 내렸다. 조 대행의 강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리고 조 대행은 부진했던 베테랑보다 간절하고 의욕 넘치는 젊은 신예들에게 기회를 더욱 많이 부여했다.
결과는 현재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은 현재 마치 활어처럼 역동적이고 젊은 선수들이 살아 움직이는 팀이 됐다. 조 대행 부임 후 성적은 26승 27패 2무. 고졸 신인 내야수 박준순은 이제 확실하게 주전 내야수로 자리를 잡았다. 또 초반에 불펜으로 나서던 최민석을 선발로 전환시키며 맞는 옷을 입힌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빼어난 용병술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에서는 전역 후 복귀한 안재석을 끝까지 믿었고, 결국 그는 연장 11회 끝내기포로 보답했다. 16일 경기에서는 선발 최승용의 불의의 검지 손톱이 깨지는 부상을 당하자, 신인 윤태호를 바로 붙이는 과감한 결단력도 돋보였다. 결과는 4이닝 무실점 완벽투. 여기에 9회 1사 만루에서는 신들린 대타 작전을 보여줬다. 김인태를 투입했고, 그는 끝내기 2타점 적시 2루타로 응답했다. 17일 경기에서도 8회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자 재차 대타 김인태를 활용했다. 김인태는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며 기대에 부응했고, 결국 두산은 8회에만 추가로 3득점을 올린 끝에 승리했다. 9회에 김정우를 투입해 리드를 지켜낸 점도 인상적이었다.
조성환 대행은 예전부터 두산 내부에서 '준비된 감독'으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던 지도자였다. 그리고 아직 차기 감독에 관해 두산 내부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대로라면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조 대행은 2018년부터 두산 코치로 활약(2021~22 한화 코치 시절 제외)하면서 두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 전 감독 사퇴 당시 어수선했던 팀을 잘 수습했으며, 이름값 대신 철저하게 현재 실력만 보고 기용하고 있다. 대체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며 경쟁 체제 속 실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도 조 대행의 몫.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덤이다. 이런 조 감독을 향해 두산 팬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야구"를 펼친다면서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17일 경기에 앞서 조 대행은 '최근 팀이 계속 접전을 펼쳐 힘들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저희는 이제 더 하고 싶어도 못 하잖아요"라면서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 없다'를 말씀드리기엔 (승률) 차이가 나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지만, 지금 저희가 나름대로 하고 있는 작업은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기대되는 경기를 하자'는 것이다. '오늘 지치고 내일 다시 힘내자' 이런 건 없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 만약 조금 힘들 경우 연습을 덜 하더라도 남은 경기 100%로 후회 없이 치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두산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한화(원정)-KT(홈)를 차례로 상대한다. 모두 만만치 않은 팀들이지만, 지금의 두산이라면 그 어떤 팀과 붙어도 무서울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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