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서현(21·한화 이글스)에게 2025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복합적인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팬들에겐 아픔을 남겨줬다며 "미워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25일 한화 이글스 공식 유튜브 채널 '이글스 TV'에 업로드 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가을야구 부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2023년 전체 1순위로 입단해 부침을 겪었으나 지난해에 성장세를 보였고 올 시즌 특급 마무리로 발돋움했는데 가을야구에서 부진하며 고개를 떨궜던 것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이다.
올 시즌은 눈부셨다. 69경기에서 33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전체 세이브 2위에 등극했다. 든든한 마무리 덕분에 한화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다만 시즌 막판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순위결정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SSG전 패전 투수가 됐다. 무명에 가까운 현원회와 이율예에게 연달아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이 여파는 가을야구까지 이어졌다. 김서현은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홈런 2개를 맞으며 단 1이닝 소화에 그쳤다. 다행스럽게도 5차전 혈투 끝에 한국시리즈로 향했는데 김서현은 다시 자신감을 찾는 듯 했다. 1차전에서 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3차전에서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까지 챙겼다.
수훈 선수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나와 대기 중이던 김서현은 돌연 눈물을 쏟아냈다. 당시를 돌아본 김서현은 "아무 생각 없이 야구장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랜더스 구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머릿속에 자꾸 랜더스전부터가 생각나고 계속 안 좋았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의 이유를 전했다.
그만큼 SSG전에 대한 악몽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고 그 악몽이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김서현은 깊은 좌절에 빠졌지만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로 어느 정도 아픔을 털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좋은 기억은 오래가지 못했다. 4차전 4-1로 앞선 9회초에도 등판했는데 무사 1루에서 박동원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동점을 허용한 채 강판된 뒤 팀은 결국 4-7로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라이언 와이스가 7⅔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던 터라 더욱 미안함이 컸다.

와이스는 5차전을 앞두고 홀로 몸을 풀고 있는 김서현에게 다가가 장난을 쳤다. "야구 선수로 살면서 아주 쉬운 일이 있다. 잘하고 있는 선수에게 잘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폰세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며 "반대로 잘 안 되는 선수에게 똑같이 대해주는 건 훨씬 어렵다. 그 선수 마음 속에 부담이나 상처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서현이가 그 경기에서 홈런을 10개를 맞았어도 상관없다. 아직 22살이고 정말 어린 선수다. 그런데 올해 33세이브를 올렸고 올스타에도 뽑혔고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었던 건 시즌 내내 서현이가 해준 역할 덕분이었다"며 "그러니까 시즌 막판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내년에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서현은 "항상 와이스가 잘 던졌을 때 제가 완벽하게 막아주지 못했던 게 몇 번 있고 그러다보니까 더 미안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어차피 너는 우리 팀 마무리인데 미안해하지 말고 자신 있게, 네가 할 걸 했으면 좋겠다, 네가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항상 응원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화의 가을야구는 아쉬움 속에 끝났다.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김서현은 이제야 팬들 앞에서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김서현은 "일단 가을야구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봤다. 제가 마무리에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도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기 때문"이라며 "솔직히 미워하셔도 된다.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많이 못 보여드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와이스의 말처럼 미래를 위해선 팀 동료들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은 잊어버릴 때다. 뼈아픈 경험을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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