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맞는 리그가 따로 있는 것일까. 지난해 KBO 리그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에릭 라우어(30·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메이저리그 복귀 후 안정적인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있다.
라우어는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정규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14-2 대승을 이끌었다.
벌써 시즌 8번째 승리다. 지난 4월 빅리그에 콜업된 라우어의 첫 보직은 롱릴리프였다. 하지만 5월 18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 첫 선발 기회를 받았고 이후 꾸준히 로테이션에 포함되면서 8승을 챙겼다. 이대로면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인 2022년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 29경기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9를 뛰어넘을 수 있다.
라우어의 8승은 팀 내 선발 투수 중 케빈 가우스먼, 제프 호프먼과 함께 3번째로 많은 승수다. 정규시즌 성적은 20경기(선발 14경기) 8승 2패 평균자책점 2.76, 88이닝 87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8. 선발진 중에서는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어엿한 주축 투수로 대접받고 있다.
당장 5개월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던 결과다. 라우어는 2018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서 빅리그 데뷔한 좌완 투수다. 밀워키 시절 그 기량을 꽃피웠고 한때 주목받는 선발 투수 중 하나였으나, 잦은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한국 KBO리그까지 흘러들어왔다.
지난해 8월 캠 알드레드를 대신해 KIA에 입단했고, 메이저리그 36승 투수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일정 투구 수만 넘어가면 구위가 떨어져 6이닝을 소화하기가 어려웠다. 정규시즌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 34⅔이닝 37탈삼진으로, KBO리그 대표 5무원(5이닝+공무원)이 됐다.

한국시리즈에 가서도 1경기 등판해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모두의 예상대로 KIA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복귀하면서도 토론토와 40인 로스터가 보장되지 않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는 데 그쳤고, 그대로 한국 팬들의 뇌리에서 잊히는 듯했다.
미국에서의 라우어가 특별히 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평균 직구 구속은 여전히 시속 91.7마일(약 147.6㎞)에 불과하고,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를 주 구종으로 하는 것까지 같다. 다만 예년보다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로 많은 헛스윙을 끌어내고 있고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갖추게 되면서 이젠 6이닝 이상도 너끈히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라우어는 6월까진 때때로 불펜으로 등판해 소화 이닝을 늘렸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KIA에서는 안 그래도 낯선 환경에 1위 경쟁 중인 긴박한 상황에 투입돼 적응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일.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것이 라우어였다. 올해도 라우어가 소속팀을 정상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토론토는 선발진의 안정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73승 52패,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우어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지 않음에도 그가 등판하는 날이면 승리하는 때가 많아 토론토의 승리 요정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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