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KIA 타이거즈에 이 선수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부상자들이 시즌 내내 속출한 가운데, 꾸준하게 KIA의 외야를 지키고 있는 주인공. 바로 '호령존'의 창시자 김호령(33)이다.
최근 10경기 타율 0.395. 현재 김호령의 상승세를 말해주는 숫자다. 올 시즌 그는 8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5(267타수 76안타) 6홈런 2루타 22개, 3루타 3개, 38타점 37득점, 8도루(1실패) 28볼넷 3몸에 맞는 볼 71삼진, 장타율 0.457, 출루율 0.358, OPS(출루율+장타율) 0.815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KIA는 지난 7월 말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보강에 나섰다. 당시 NC 다이노스와 3:3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IA가 NC로 최원준과 이우성, 홍종표를 보내는 대신, NC로부터 투수 김시훈과 투수 한재승, 그리고 내야수 정현창을 받는 3:3 트레이드였다. 당시 KIA가 부동의 중견수로 활약했던 최원준을 과감하게 NC로 보낼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김호령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가 맹위를 떨치며 KIA의 트레이드 선택이 진짜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김호령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뽐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9회말 최고의 수비를 펼쳤다. 당시 2사 2루에서 빠지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타구를 침착하게 낚아채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결국 KIA는 4-2로 승리하며 6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사령탑도 김호령에 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원래 저는 (김)호령이가 방망이를 잘 치는 유형의 선수라 생각했다. 센스도 있고, 파워도 좋았다"고 극찬한 뒤 "멀리 쳐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게 본인한테 좀 독이었던 것 같다. 홈런을 쳤을 때 만족감이 안타를 칠 때보다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상하게 말도 안 되는 타격 자세로 쳐본다고, 그런 행동을 좀 많이 했다. 타격 자세는 하나로 가야 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해도 본인은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첫 시즌을 치르고 이듬해에 100안타 넘게 쳐냈다. 그러면서 홈런도 치고 싶고, 막 더 그랬던 게 결국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경기에 나가야 하니까, 안타를 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본인 생각도 바뀌어 가니까 확실히 장타도 더 많이 나오고, 예전에 경기를 많이 뛸 때 편한 감정이 생긴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김호령에 대해 재차 "원래 잘 쳤다"면서 "그런데 그때 더 잘하기 위해 변화를 줬다. 그런 선수들이 많지 않나. 올 시즌에 홈런을 13~15개 정도 쳤으면, 내년에는 30개에 도전을 해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지난해에 15개를 쳤으면, 올해는 20개, 그다음에는 25개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데,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보면 아무래도 안 좋은 모습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안타를 많이 치며 타율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홈런을 많이 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지금은 매우 차분하게 한 경기를 준비하고, 컨디션도 안 떨어진 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본인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김)석환이나, (오)선우, (한)준수 등 젊은 선수들한테 늘 안타부터 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사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홈런을 쳐서 감독한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저는 선수들이 홈런을 안 쳐도, 안타만 때려내도 다 보고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홈런에 관한 욕심이 사라지다 보니 평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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