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다소 의외의 소식이었다. SSG 랜더스는 왜 이숭용(54) 감독과 재계약을 하필 이 시기에 발표했을까.
SSG 랜더스는 3일 이숭용 감독과 2026년부터 최대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12억원, 옵션 3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발표 후 3일 KIA 타이거즈전 승리를 거두며 63승 58패 4무, 공동 4위와 승차를 1.5경기로 벌렸으나 계약 발표 시점엔 0.5경기, 1경기 차에 불과했다. 여전히 가을야구 진출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계약이었다.
SSG는 2028년 청라돔 시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이숭용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췄고 청라돔 시대 개막 후부터 강팀으로 긴 시간 활약할 수 있게끔 팀을 꾸려가기 위한 과정을 이 감독에게 맡겼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투수진에서는 조병현을 마무리로, 이로운·김민을 필승조로 안착시켰고, 박시후·전영준·김건우·한두솔 등 젊은 투수들이 1군 추격조로 성장했다. 또한 야수진에서도 정준재, 고명준, 조형우, 안상현 등 젊은 자원들이 두각을 나타냈고 류효승·현원회 등은 1군 전력 자원으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적까지도 뒤처지지 않았다. 지난해엔 타이브레이크 끝에 아쉽게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지만 끝까지 순위 경쟁을 펼쳤고 올 시즌엔 경쟁팀들에 비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육성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도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나온 결과였다. SSG 구단 측은 "지난달에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1군 뎁스가 취약한 팀 상황(고연령층 비중, 유망주 부족)과 부상자가 속출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리모델링을 묵묵히 실행하면서 방향성과 과정에 대한 내부 평가가 좋았다"며 "특히 유망주 발굴·기용으로 1군 뎁스를 두껍게 하며 팀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점, 선수단–프런트 간 소통 문화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재계약 이유를 밝혔다.
이 과정을 걸친 SSG는 이 감독에게 8월말 긍정 의사를 나타냈고 이어 지난 2일에 김재섭 대표이사가 이 감독에게 직접 재계약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3일 곧바로 김 대표이사가 광주로 내려가 오후에 재계약을 맺었고 보안 문제로 인해 원정경기임에도 지체 없이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왜 하필 시즌을 마치지도 않은 현재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SSG는 "시즌 종료 후에 재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리모델링 성과와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에 재계약을 진행했다. 현재 구단 상황에서는 PS 진출도 중요하지만 청라돔 시대를 위해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판단했다"며 "2년간 함께 일해오면서 그 부분에 대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구단은 재계약을 통해 리더십 안정을 강화함으로써 남은 시즌 무리한 선수 기용과 혹사를 방지하는 등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또한 현재의 기조 아래 유망주와 기존 선수 성장의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내년 시즌 신속한 전력 구성을 위해 빠르게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청라돔 시대를 위해서는 올 시즌 마무리와 내년, 2027년까지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대 3년이라는 것은 청라돔의 시대의 서막을 여는 2028년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SSG는 "최대 3년 계약은 청라돔 시대를 염두에 뒀다. 3년 기간 설정에는 리모델링 중간 성과와 청라돔을 위한 단계적 목표, 그리고 감독 재계약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했다"며 "단계적 목표가 이뤄지면 추가 1년이 자연스럽게 연장되는 구조다. 감독 재계약 사례는 KBO와 타 종목 사례를 함께 검토했다"고 전했다.
단순히 청라돔 시대를 위한 밑바탕을 까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성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새 시대를 이끌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기 재계약의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2022년의 성공 사례를 떠올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SSG는 2022년 한국시리즈 도중 김원형 전 감독과 재계약을 맺었다. 2승 2패를 달리던 SSG는 이후 2연승을 통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김 전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 카드였다.
이숭용 감독도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지금껏 잘해왔다는 포상 성격의 재계약을 맺음으로써 남은 시즌과 가을야구에서도 더 자신 있게 팀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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