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민(35·KT 위즈)이 겹경사를 맞이했다. 본인도 기록을 세웠고, 팀도 치열한 승부 끝에 승리를 따냈다. 그의 '가을 DNA'가 팀을 5강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KT는 3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9-8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T는 63승 61패 4무(승률 0.508)의 성적으로 일주일 만에 4위 자리에 복귀했다.
비록 5점 차 리드를 날리기도 했지만, KT는 14안타를 몰아치며 뒷심을 발휘해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허경민이 있었다. 이날 1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한 그는 6타석 5타수 5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그가 한 경기 5안타를 때려낸 건 통산 5번째였다.
허경민은 1회말 첫 타석부터 롯데 선발 알렉 감보아에게 중견수 쪽 안타를 터트려 포문을 열었다. 안현민과 장성우의 연속 볼넷으로 3루까지 진루한 그는 5번 황재균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2회에도 볼넷을 골라나갔다.
4회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은 이번에도 중전안타를 신고했다. 경기 전까지 시즌 98안타를 기록 중이던 그는 이로써 8년 연속 100안타(2018~2025년)를 달성했다. KBO 리그 역대 27번째 기록이었다.

이후 6회에는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4-2로 앞서던 상황에서 1사 후 등장한 허경민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했다. 이후 안현민의 2루타로 홈을 밟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KT는 장성우의 투런 홈런까지 터지면서 7-2까지 도망갔다.
KT는 7회초 올라온 손동현과 이상동이 흔들리면서 6실점을 기록, 7-8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7회말 곧바로 장준원의 동점포가 터졌다. 허경민은 이어진 1사 1루에서 안타로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역전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허경민은 9회말 끝내기에 결국 기여했다. 롯데가 마무리 김원중을 올린 가운데, 안치영의 안타로 1사 1루가 만들어졌다. 허경민은 여기서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려내며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흔들린 김원중은 이정훈에게 볼넷을 내줬고, 장진혁의 땅볼 때 3루수 박찬형의 악송구가 나오면서 3시간 57분의 승부는 KT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마지막 공격에서 안치영, 허경민이 찬스를 만들고 장진혁 타석에서 상대팀 실책이 나오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5안타를 기록한 허경민의 좋은 타격감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짜릿한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허경민은 "힘들었던 경기였다. 야구라는 게 빗맞은 안타로 흐름이 바뀌는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는 이제 뒤가 없고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역전을 당했지만 재역전을 할 수 있다는 게 우리 팀이 강팀이라는 걸 느꼈다"고 얘기했다.
크게 앞서던 경기를 불펜 난조로 역전당하면서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다. 허경민은 "모든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다시 뒤집어야 한다는 게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며 "시즌 초에도 그렇고 투수들이 잘 막아줘서 지금까지 왔는데, 오늘은 타자들이 다시 역전해 투수들의 짐을 덜어주면 남은 경기에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허경민은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11년 동안 10시즌에서 100안타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 시간이 오기까지는 인고의 세월이 있었다. 광주일고 졸업 후 2009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지만, 경찰 야구단 복무로 인해 4년 차인 2012년에야 1군에 데뷔했다. 그리고 2015년 주전을 차지하기까지는 7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는 "스스로 화려한 선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홈런 타자가 아니지만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주전 자리를 오래 지켜서 8년이 아닌 9년, 10년까지 늘려가고 싶다"며 "안타를 친 순간 스스로에게 '너무 잘 견뎌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허경민은 두산 시절 8번의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3번의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그가 과연 새로운 팀 KT에서도 일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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