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던 레비가 EPL 최장수 회장으로... '토트넘 25년' 이 한 장에 모두 담겼다

무려 25년간 잉글랜드 토트넘 회장직을 맡았던 다니엘 레비(63)가 전격 사임했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 레비 회장의 사임을 발표했다. 레비 회장은 "그동안 경영진 및 모든 직원들과 함께 했던 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토트넘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세계적인 클럽으로 성장시켰다"면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수년간 저를 지지해준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 쉬운 길은 아니었으나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앞으로도 토트넘을 열정적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작별인사를 남겼다.

레비 회장은 지난 2001년 3월 토트넘 회장을 맡았다. 이후 25년 동안 일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장수 회장으로 올라섰다. 축구전문 DR스포츠는 레비 회장이 처음 토트넘에 왔을 때 모습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며 세월의 흐름을 각인시켰다. '풋풋했던' 레비는 근엄하고 진지한 경영진으로 바뀌었다.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레비 부임 때만 해도 토트넘은 EPL 중위권 팀에 불과했으나 차근차근 성장해 유럽대항전 '단골손님'이 됐다. 2008년 리그컵에서 우승했고, 2019년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도 올랐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UEL) 우승도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또 레비 회장은 기존 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을 철거하고, 무려 10억 파운드(약 1조 9000억 원)를 들여 새로운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만들었다.

토트넘 구단도 "구단은 지난 25년간 꾸준히 발전해왔다. 지난 20시즌 가운데 18시즌을 유럽대회에 출전하며 세계에서 인정받는 축구 구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 새롭게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장과 최첨단 훈련 센터 및 유소년 선수단, 구단 시설 등에 투자했다. 또 토트넘은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꾸준히 경쟁하며, 최근 UEL 우승을 포함해 여러 번 경기장 안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레비 업적을 인정했다.

하지만 레비 회장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팀 성적 대신 상업적인 이익만 생각한다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UEL 정상에 올랐지만, 리그에선 1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은 지난 1월 '24년, 16명의 감독, 단 한 개의 트로피. 이제는 변화의 시간'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레비 퇴진을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단 내 선수들과 재계약에서도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캡틴' 손흥민은 지난 여름 토트넘을 떠났다. 토트넘과 손흥민은 오랫동안 재계약 협상을 벌였으나, 토트넘은 지난 1월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것으로 끝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해 총 454경기에 출전, 173골 101도움을 몰아친 구단 레전드였다. 하지만 허무하게 이별했다. 이 역시 일부 토트넘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손흥민은 올 여름 미국프로축구(MLS) LA FC로 이적해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있다.

결국 토트넘은 변화의 버튼을 눌렀다. 토트넘은 '라이벌 구단' 아스널에 있었던 비나이 벤카테샴을 영입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고, 레비 회장을 대신해 피터 채링턴이 비상임 회장직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