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졌던 외국인 투수가 또 있을까. 심지어 메이저리그(MLB)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던 투수이기에 더욱 믿을 수 없는 결과다.
8년 만에 가을야구가 눈앞에 다가오는 듯 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패착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나는 모양새다.
빈스 벨레스케즈는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동안 7피안타(3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6실점, 시즌 4패(1승) 째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ERA)은 8.05에서 8.87로 치솟았다.
22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ERA 3.65로 준수한 활약을 던지던 터커 데이비슨이 있었으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롯데는 모험수를 뒀다.
기대는 컸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총집합 한 메이저리그(MLB)에서 2라운드 지명을 받았고 10년 가까이 활약하며 38승을 수확한 희귀한 자원이었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4시즌을 통째로 쉬어간 게 변수였지만 올 시즌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트리플A 18경기에서 5승 4패, ERA 3.42로 활약했기에 롯데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롯데 유니폼을 입은 벨라스케즈는 팀 내 어떤 선발 투수와 비교해도 딱히 우위를 갖지 못할 정도의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있다.

세 차례 5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는 했지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전무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벨라스케즈에 대한 질문에 많은 걸 의미하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편하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편안하게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기대를 내려놓은 듯한 반응이었다.
최고 시속은 153㎞까지 나왔다. 이전과 달리 구속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KBO리그에선 경쟁력이 없는 구속이 아니다. 그럼에도 난타를 당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0.337에 달하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97로 매우 높다.
피안타율은 0.325에 달했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잃은 탓인지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9이닝당 볼넷도 5.40개로 롯데 선발진 중 최하위권이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89까지 치솟았다.
이날도 홈런을 3방이나 맞았다. 5경기에서 6피홈런. 평균적으로 매 경기 하나 이상의 홈런을 꾸준히 맞는다는 뜻이다. 치열한 5강 경쟁, 나아가 가을야구를 내다보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 출루허용도 피안타도, 피장타도 어느 것도 억제하지 못하는 투수, 심지어 3개월을 활용하기 위해 30만 달러(약 4억 1500만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1억 4000만원 가량이 되는 투수를 떠안고 가고 있는 셈이니 김태형 감독 입장에선 속이 터질 노릇이다.
자신감까지 떨어지다보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은 "본인이 공에 대한 생각을 빨리 잊고 어떻게 되든 자신의 스타일로 던져서 잘 들어가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던지기 전부터 걱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앞으로 더는 선발 기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엄청난 MLB 커리어를 지닌 투수가 패전 처리로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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