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고 기다렸던 2000탈삼진이었어요."
2007년 4월 10일. SK 와이번스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새내기 김광현(37·SSG 랜더스)이 데뷔전에서 '전설의 거포' 심정수를 상대로 프로 첫 삼진을 잡아낼 때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김광현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3회말 1사에서 박해민을 상대로 탈삼진을 기록했다.
18년 전 그날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2시즌을 제외하면 16년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꾸준히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매년 평균 1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결과 KBO 역사상 송진우(은퇴·2048탈삼진), 양현종(37·KIA·2168탈삼진) 단 2명만 올라섰던 2000탈삼진 고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경기 전까지 1997탈삼진을 기록 중이었던 김광현은 1회, 2회 하나씩 삼진을 잡아내더니 박해민을 상대로 바깥쪽 직구를 찔러 넣어 꿈에 그리던 통산 2000K를 달성했다.

3회말 수비를 마치자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광현에게 이숭용 감독이 직접 다가와 꽃다발을 선사하며 축하를 전했고 동료들과도 하나 하나 인사를 나누며 기쁨을 누렸다.
김광현의 이 기록은 411경기, 2302⅔이닝 만에 달성한 것으로 역대 최소 경기, 최소 이닝 신기록이다.
2007년 4월 10일 삼성전 데뷔 첫 탈삼진을 기록한 김광현은 2011년 4월 5일 LG전 500번째 탈삼진, 2015년 9월 4일 삼성전 1000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더니 한국에 돌아온 뒤인 2022년 5월 14일 NC전에서 1500탈삼진, 그리고 이날 마침내 2000번째 탈삼진을 채웠다.
타선도 초반부터 5점의 리드를 안겨줬고 김광현은 5이닝 3실점으로 시즌 8번째 승리(9패)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먼저 광현이의 2000탈삼진을 축하한다"며 "오늘 에이스로서 좋은 피칭을 선보였고 팀에 큰 힘이 되는 호투였다. 오늘 활약이 향후 경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김광현에게도 매우 뜻 깊은 기록이다. 2000탈삼진 달성 순간 손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감격스러움을 나타냈던 그는 "울컥했다. 신인 때는 잘하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 첫 탈삼진이 기억이 나더라. 그땐 내가 2000삼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화려한 커리어를 세운 김광현이지만 2000탈삼진은 남달랐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2000탈삼진이었다"는 김광현은 "올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였다. 삼진 100개 이상을 잡아야만 달성할 수 있었는데 그건 선발 투수로서 건재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진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이 될 것 같다는 김광현은 "100승, 150승, 1500탈삼진 때도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며 "2000탈삼진은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우승 반지도 한 손에 가득 찰만큼 꼈고 다승왕과 탈삼진왕을 비롯해 리그 최우수선수(MVP), 투수 골든글러브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김광현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기에 더욱 소중히 느껴진 결과물이었다.
KBO 역대 최소 이닝과 경기 기록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1년에 200개씩도 잡는데. 앞으로 깨질 기록"이라면서도 "단지 2000탈삼진은 진짜 상상도 못했다. 100개씩 잡아도 20년을 해야 되는데, 20년을 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신인 때만 해도 30대 초반만 되면 다들 고참이었다. SK 시절 김원형, 가득염, 조웅천 선배님들이 정말 야구를 오래했던 분들이 계셨는데 저를도와주시기도 하고 보고 배운 것도 많았기에 이 나이까지 이렇게 길게 할 수 있었다"고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젠 200승을 바라본다. KBO 통산 178승, 한미 통산 188승을 기록 중인 김광현이다. "그게 최종 목표라고 생각한다. 야구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우승도 해봤고 금메달도 목에 걸어보며 경험을 했다고 생각을 한다"면서도 "탈삼진이야 개인적인 것이지만 200승이라는 목표는 제가 이긴 것도 그렇지만 팀이 이겼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팀이 높은 위치로 가는 데 많이 기여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젠 몸도 걱정해야 한다. 최근엔 어깨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저번 경기보다는 좋았다. 또 그 이전보다도 그렇고 조금씩 점점 좋아지고 있다. 구속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적으로는 다음 경기가 더 기대가 된다. 좋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원정에서 이뤄낸 대기록. LG는 김광현의 기록 달성과 함께 전광판을 통해 축하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달성한 날이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도 김광현을 향해 뜨거운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김광현도 "방송 인터뷰에서는 말을 못 했는데 2000삼진을 잡은 뒤 전광판 띄워주신 LG 구단에 정말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홈에서 하고 싶었지만 원정에서 하게 됐는데 LG 구단 관계자분들이 전광판에 틀어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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