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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광환 감독은 어떻게 여자야구 대부로 남았나... "항상 웃는 모습으로 초석이 되겠다고 하셨다"

故 이광환 감독은 어떻게 여자야구 대부로 남았나... "항상 웃는 모습으로 초석이 되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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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기자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왼쪽 하얀 유니폼)과 서울대 야구부가 8월 3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이광환 감독 추모식 및 추모경기에서 내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왼쪽 하얀 유니폼)과 서울대 야구부가 8월 3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이광환 감독 추모식 및 추모경기에서 내빈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여자야구 관계자들에게 고(故) 이광환 감독은 새하얀 눈밭에 굵직한 첫발을 내디딘 아버지 같은 어른이었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최근 서울 신월 야구장에서 '이광환 감독 추모식 및 추모 경기'를 열었다. 지난 7월 2일 지병으로 작고한 이광환 감독의 장례식장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함께 모인 서울대학교 야구부 OB 들과 의기투합해 추모 경기 형태로 진행했다. 이광환 감독의 가족과 임혜진 한국여자야구연맹회장, 류지현 한국 남자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박종훈 LG 전 감독이자 현 KBO 경기운영위원, 장동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 등이 모여 자리를 빛냈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프로 무대를 떠난 후 이광환 감독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서울대 야구부와 함께 빠질 수 없는 테마 중 하나다. 2008시즌을 끝으로 KBO리그를 완전히 떠나기 전부터 이광환 감독은 한국여자야구연맹이 발족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06년 8월 한국여자야구연맹 출범 준비 위원장을 맡았고 그해 12월 초대 회장을 배출하면서 마침내 한국 여자야구가 제도권 진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노감독의 관심은 연맹 출범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올해 1월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임혜진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여자야구가 지금까지 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준 분이 이광환 감독님이다. 이광환 감독님이 없었다면 여자야구의 출발은 더 늦어졌을 거라 생각한다"며 "2006년 당시에는 이렇다 할 여자야구 대회가 없었다. 대회를 만들기 위해 직접 지방을 다니시며 설득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연맹의 틀을 잡아주는 것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이 더 없었고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럴 때도 이광환 감독님은 정말 여자야구를 위해 아낌없이 해주셨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신 만큼 우리도 부족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해서 추모 경기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8월 3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이광환 감독 추모식 및 추모경기에서 고인을 기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이 8월 30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이광환 감독 추모식 및 추모경기에서 고인을 기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김동윤 기자

2010년부터 서울대 야구부 사령탑도 역임한 이광환 감독은 KBO 육성위원도 겸임하며 여자야구 선수들의 참여를 도왔다. 2016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 월드컵에서는 직접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최종 6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자야구의 대부라 불린 이광환 감독은 건강을 이유로 2020년 무렵 완전히 구계를 떠나 제주도에 정착해서도 관심을 이어갔다. 임 회장은 "제주도로 내려가서도 강창학 야구장(제주 서귀포시 내 위치)에서 여자야구 행사 혹은 야구 클리닉을 하는 것에 힘 써주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끔 육지로 올라오시면 대회 잘 되고 있냐는 등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써주셨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뒤로 물러나 여자야구연맹의 후원자 역할을 했는데, 이 또한 이광환 감독의 뜻이었다. 임 회장은 "이광환 감독님은 항상 웃는 모습으로 자신이 초석이 돼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역할은 우리들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로 한정하셨고, 틀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는 우리가 하는 게 맞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2006년만 해도 전국에 팀이 10개 남짓이던 한국 여자야구에는 2025년 현재 50개 팀에 1000여 명의 선수가 활동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이에 임 회장은 "이광환 감독님을 보면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김장하 선생님이 생각났다. 이광환 감독님도 그런 어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도 이광환 감독님이 신경 써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과 달리 체계가 미흡해 중학교 이후로 한국의 여자야구 선수들은 갈 곳이 없다. 일본만 해도 12세 이하, 15세 이하 클럽팀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체계적인 여자야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조차 생업을 병행하면서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한국 여자야구의 현실. 단계별 시스템과 실업팀 한두 개만 생겨도 선수들의 성장과 육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맹의 생각이다.


임 회장은 "프로야구 팬들에게 이광환 감독님은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이광환 감독님이 살아생전 실력에 상관없이 약자와 열심히 하려는 야구인들을 위해 힘써주신 분이었다고 인정받았으면 한다.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실제로 어렵고 소외된 이를 돕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눈밭에 처음 발자국을 남겨주신 이광환 감독님처럼 그 뒤를 따라가는 분들도 나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임혜진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임혜진 한국여자야구연맹 회장. /사진=한국여자야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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