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포지션에서 선발로 나선 부담감이 컸던 하루다. 시즌 중 떠난 에이스를 빈자리를 메울 대체자 중 하나로 지목된 박인혁(30·광주FC)이 반등을 다짐했다.
광주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9라운드 수원FC와 경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김천 상무전 이후 벤치를 지켰던 박인혁은 약 2주 만에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본래 중앙 공격수지만 이날은 측면 공격수로 배치됐다. 오른쪽 날개를 맡았던 아사니(현 에스테그랄)가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에 급히 이적한 여파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며 기회를 잡았지만, 전반전 아찔한 순간이 이어지며 부담감이 컸을 터다. 박인혁은 전반전에만 페널티킥 허용, 자책골을 범하며 광주의 2실점에 모두 관여했다.
박인혁은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나 "제가 공격수라서 공격적인 위치가 우선이지만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이탈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두 실점 모두 제 쪽에서 발생한 것 같아 아직도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후반전이 시작된 뒤에도 박인혁은 필드 위에 남아있었다. 이정효(50) 광주 감독의 믿음과 배려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정효 감독은 전반 종료 후 박인혁을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만약 전반이 끝나고 교체했다면, 선수에게나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체력이 닿는다면 경기를 끝까지 뛰게 하려고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마음을 추스르고 후반 16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빈 박인혁은 "동료들이 '잊고 하라'고 도와줬다. 실수는 있었지만 팀이 승리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이정효 감독은 경기 전후로 박인혁을 거론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박인혁은 "훈련에서부터 존재감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제 이름을 말씀해주셨을 때 기대에 부응했어야 했는데 제 그릇을 더 키워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선수 조련에 능숙한 이정효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인혁은 "감독님은 못했을 때는 못했다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시고, 잘했을 때는 칭찬도 주신다"며 "예컨대 훈련 중 '얘(박인혁) 수비 못 하니까 믿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는 등 신선한 자극을 주신다. 때문에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박인혁은 "제주SK전에서 페널티킥을 내게 맡기신 것도 그런 부분이다. 실수했음에도 이렇게 감싸주신 게 감사하다. 다음 경기에서 만회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프타임에도 감독의 격려는 이어졌다. 박인혁은 "크게 말씀은 없으셨고, 경기 중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교체에 대해서는 "풀타임을 뛰고 싶었지만, 체력이 떨어져 보였을 수도 있다. 감독님께서 객관적으로 판단하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만회 의지도 강했다. 박인혁은 "앞으로는 골을 넣거나 더 투지 있는 모습으로 영향력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박인혁은 "감독님이 성장을 강조하시고, 선수들끼리도 똘똘 뭉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오늘 실수로 흔들렸지만 팀은 누군가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남은 4경기 모두 기대된다. 팬들이 믿어주신 만큼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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