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태생 혼혈 선수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 데뷔전까지 치른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가 새 시즌 초반부터 예기치 못한 변수와 마주하게 됐다. 묀헨글라트바흐 이적 3경기 만에 사령탑이 물러난 것이다. 이적 초반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을 영입한 감독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묀헨글라트바흐 구단은 16일(한국시간) 헤라르도 세오아네(스위스) 감독과 결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23년 7월 부임 후 2년 2개월 만이다. 롤란트 피르쿠스 묀헨글라트바흐 단장은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 초반까지 분데스리가 10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면서 헤라르도 감독 체제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다"며 "시즌 초반을 분석한 결과 감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오아네 감독 체제의 묀헨글라트바흐는 지난 시즌 4월부터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의 부진 속 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이번 시즌 역시도 개막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쳤고, 이 과정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나 지난 시즌 후반부 극심했던 부진의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한 묀헨글라트바흐 구단은 결국 새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감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새 사령탑이 선임될 때까지는 오이겐 폴란스키 23세 이하(U-23)팀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는다.
시선은 감독 교체에 따른 '한국 국가대표' 카스트로프의 입지 변화 여부에 쏠린다. 우선 시즌 초반 중용을 받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감독 교체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묀헨글라트바흐로 이적한 카스트로프는 이적 후 독일 분데스리가 2경기에 교체로만 출전했다. 출전 시간은 각각 7분, 15분으로 짧았다. A매치 기간을 거친 뒤 지난 15일 베르더 브레멘전에서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전 소속팀에서 당했던 무릎 부상 여파가 컸다. 그는 무릎인대 부상으로 지난 4월 중순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공식전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 회복에 전념하느라 묀헨글라트바흐 이적 후 프리시즌 친선경기부터 출전 시간이 제한적이었다. 시즌 개막 후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최근 A매치까지 선발로 나섰으나, 브레멘전에선 단 1분도 뛰지 못하면서 여전히 좁은 팀 내 입지가 재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감독이 물러난 상황이다.

사령탑이 바뀌면 팀 내 경쟁도 사실상 원점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주전급 선수들이 우선 중용을 받겠지만, 최대한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면서 서서히 새 감독 스타일에 맞는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A매치 선발 출전이 말해주듯 카스트로프의 몸 상태도 많이 올라온 만큼, 새 감독 체제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경쟁이 어쩌면 그에게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카스트로프가 세오아네 감독 체제에서 막 영입된 자원이라는 점이다. 감독 교체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독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세오아네 감독은 카스트로프 영입 당시 "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언급하고, 다소 부진한 경기력에 그쳤던 경기 직후에도 "잘 맞지 않는 포지션에서 뛰었을 뿐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며 감싸는 등 그의 재능을 높게 평가해 왔다. 이제 막 이적한 데다 부상 여파가 있는 만큼 시즌 초반 많은 기회를 주진 못했으나 적어도 자신의 체제에서 영입된 만큼 세오아네 감독 구상에는 확실하게 포함된 선수로 볼 수 있었다. 선수 입장에선 자신을 영입한 감독이 물러난 셈이다.
세오아네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하게 될 새 사령탑은 그야말로 냉정하게 카스트로프를 평가하게 된다. 자신의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가 아닌 만큼 무리하게 기회를 줄 이유도 없다. 그나마 새 사령탑이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이 세오아네 감독과 비슷하다면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반대로 선호하는 유형이 크게 다를 경우 전력 구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시즌 도중 감독이 교체된 팀에서 선수단 격변이 일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이상적인 건 카스트로프가 새 감독 체제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꾸준하게 출전하는 것이다. 반대로 실전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만한 기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출전 시간이 더욱 제한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작은 기회라도 주어졌을 때 얼마나 존재감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9월 A매치 평가전 2경기로 대표팀 내 경쟁력을 보여준 만큼, 그의 소속팀 내 입지 변화는 홍명보 감독 등 대표팀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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