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며 월드컵 우승까지 목표로 내건 일본 축구대표팀을 향해 저명한 현지 평론가가 날 선 혹평을 가했다. 9월 A매치 원정 평가전 멕시코·미국전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한 채 1무 1패에 그치며 일본 축구대표팀의 민낯이 드러난 탓이다. 아시아가 아닌 강팀과 맞대결에서 현주소를 확인했으니, 근거가 없는 허황된 목표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야 한다는 제언도 더했다.
일본계 브라질인 2세로 축구 평론가로 잘 알려진 세르지오 에치고(80)는 16일 일본 매체 스포르티바를 통해 일본 대표팀의 9월 평가전 2연전을 돌아보며 "(일본 대표팀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3년간 대체 무엇을 했는지가 솔직한 감상"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언정 레벨이 높은 팀을 상대로는 이기질 못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끈 일본은 지난 7일 멕시코와 평가전(중립)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10일 미국 원정 평가전에선 0-2로 완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일본이 17위, 멕시코와 미국은 각각 13위와 15위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이 A매치 2연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건 12년 만이다. 같은 기간 한국(23위)은 미국을 2-0으로 꺾고 멕시코와 2-2로 비겨 대조를 이뤘다.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기에 이번 멕시코·미국을 상대로 한 졸전은 일본 내에서도 충격이 컸다. 실제 일본은 지난 2026 FIFA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를 7승 2무 1패(승점 23), 30득점·3실점의 성적으로 통과했다. 유일한 패배는 이미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호주 원정에서 당했다. 이 과정에서 모리야스 감독 등 일본 대표팀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마치고 아시아를 벗어나자마자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에치고는 "멕시코전 전반은 전방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고도 득점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후반엔 활동량이 떨어져 주도권을 내줬다"며 "선발 전원을 바꾼 미국전은 전방 압박 효과가 떨어졌다. 골키퍼 오사코 게이스케(산프레체 히로시마) 활약이 없었다면 5~6골을 실점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2연전에서 거둔 최대 수확은 일본 대표팀의 선수층이 얇다는 걸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누가 나가더라도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치렀다. 예선 내내 선발 라인업을 고정적으로 활용해 온 폐해"라며 "풀백 선수를 센터백의 한 자리에 배치하거나, 센터백 선수를 풀백으로 기용한 작전 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까지 시간이 남아있다고 해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모리야스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월드컵 우승 전력이 아닌 미국이나 멕시코를 상대로도 이기지 못한 데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탈락한 팀이 월드컵 우승을 바라보는 건 허황된 목표라는 것이다.
에치고는 "모리야스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에도 월드컵 우승을 입에 올렸지만, 정작 멕시코나 미국은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 아니고 잘해야 월드컵 16강, 8강 정도의 전력이다. 심지어 그들 역시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다"면서 "그런 팀을 상대로 일본 대표팀은 1무 1패, 그것도 2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서 탈락했고, 월드컵 예선에서도 호주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는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일본 대표팀이 우승을 목표로 삼은 건 근거가 너무 없다"면서 "이미 공언한 목표를 거둘 수 없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본 대표팀은 여전히 도전자의 입장이다. 우선은 겸손하게 첫 8강 진출부터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축구 평론가로 활동 중인 에치고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일본계 브라질계 2세로 1970년대 브라질과 일본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엔 축구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특히 일본 대표팀 등 일본 축구계를 향해 자주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은 내달 10일 파라과이, 14일 브라질과 국내 평가전 2연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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