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체육회(회장 유승민)가 지난 3일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해 선수와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향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선수 안전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29일 체육회는 "사고 인지 후 김나미 사무총장이 제주도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를 면담하고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이어 체육회 소관부서인 대회 운영부는 9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한복싱협회(이하 복싱협회) 관계자, 지도자, 심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 복싱협회는 ▲대회 안전관리계획 미수립 ▲응급체계 구축 미비 ▲대회 규정 미준수 ▲사건 보고 및 초기대응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첫째, 이번 대회는 참가 선수 650여 명, 10일간 분산 개최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11조의9(1천명 이상의 인원이 밀집하는 체육행사를 개최하려 자는 체육행사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교육․점검을 시행하는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에 의한 안전관리 계획 수립 의무 기준에는 해당하진 않았으나, 대회를 주최한 복싱협회는 이번 대회를 위한 자체적인 안전관리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2020년 1월 제정한 '대회 운영 기본 안전 지침'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회를 운영하였다고는 하나, 위 지침에 명시돼 있는 '대회 안전관리부 운영', '사고 발생 시의 대응 기관 등 비상 연락체계 구축' 등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복싱협회는 지역 연계 병원을 지정하고 사고 발생 시 대회 운영본부, 의료팀, 구급차, 연계 병원 간 즉시 연락 가능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자료를 제출했으나 이 또한 이행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계속해서 "둘째, 응급 이송 체계 관리가 부실했다. 복싱협회는 제주특별자치도복싱협회를 통해 지역 응급구조단과 구급차 2대, 기사 2명, 의료진(응급구조사) 2명으로 한 구급차량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구급차 내 바이탈기기의 미작동, 사이렌 미작동, 병원 응급실 하차지점 착오로 인한 지연 등의 문제점들이 확인됐다. 복싱협회는 대회 주최로서 계약 업체와 함께 계약에 따른 구급 차량의 상태와 이송 병원 응급실의 위치, 이동 경로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등 응급 이송 체계를 철저히 확인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셋째, 복싱협회는 대회 운영 관련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복싱협회 경기규칙에 따르면 '경기 진행 시 의사 또는 (의사 수급 불가 시) 간호사 등 의무진으로 구성하여 진행한다'라고 돼 있음에도 사고 당일에는 의사 또는 간호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간호사는 9월 6일부터 배치됐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또 복싱협회 경기인 등록 규정은 '등록 절차에 따라 협회에 경기인으로 등록한 사람만이 협회의 경기인으로 활동할 수 있고(제5조), 경기인은 협회 주최 대회에 참가를 할 수 있다(제6조)'고 돼 있지만, 이번 대회의 참가 신청 시 선수의 경우만 경기인 등록을 필한 자로 정하고, 세컨드(경기 중 코너에서 선수를 보조하는 트레이너 또는 코치를 말하며, 체력 회복 지원·전략 지시 등 역할을 수행함) 등 대회에 참가하는 지도자에 대한 자격 여부는 별도로 정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경기인 등록이 안 되어 있어도 누구나 세컨드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사고 선수의 세컨드를 본 코치는 2025년 협회 경기인(지도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넷째, 복싱협회의 행정 처리 및 사후 조치가 미흡해 선수 보호자와 현장 혼란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복싱협회는 참가선수로부터 대회 중 사고에 대한 '책임각서'와 관련 미성년자의 경우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참가 선수가 보호자란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추정)"면서 "또 사고 발생 후 체육회 등 유관기관에 즉각적인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건 발생 5일이 경과한 9월 8일, 선수 아버지의 자해 시도 영상을 본 대회 참가자의 민원으로 이번 사건을 인지하게끔 하였다. 또 사건 초기, 복싱협회의 미숙한 대응으로 선수 아버지의 자해 시도를 유발하고 그 상황에서도 다른 링에서는 경기를 지속하게 했으며,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사후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설 구급차의 조치 및 이송지연 등 법령 위반 사항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체육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복싱협회에 대한 기관 경고와 함께 부상선수의 병원비 지원 등 피해보상 대책을 수립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종목 특성에 맞는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모든 대회에 반드시 경기인으로 등록한 지도자만이 세컨드로 참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제정하고 참가 요강에 반영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끝으로 "체육회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해 회원종목단체 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종목단체가 정관에 종합안전관리계획을 반드시 수립하도록 의무화해 대회 운영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회원종목단체 정기종합감사 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면서 "아울러 스포츠안전재단과 협업하여 '체육행사 안전관리 종합 매뉴얼'을 10월 중 회원종목단체 및 시도체육회에 배포하고 선수들의 개인상해보험 가입 지원과 상품을 개발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3일 제주 서귀포시 공천포전지훈련센터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 출전한 중학생 A군이 경기 도중 쓰러진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전남 무안의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당시 경기 1라운드에서 여러 차례 펀치를 맞은 뒤 2라운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A군의 아버지는 대회 주최 측의 병원 이송 등 응급 대처와 경기 진행 방식이 미흡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8일 대회장을 찾아 링 위에서 자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9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주에서 열린 대통령배 복싱대회에서 한 중학생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져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무엇보다도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님의 심정을 떠올리면 가슴이 저린다. 병상에 누워 사투를 벌이는 자녀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티고 계실 부모님의 절망과 불안은 감히 다 헤아릴 수 없다"며 선수 가족에 위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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