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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스리백 전술 고집 여파, '희생양' 된 공격 자원들

홍명보 스리백 전술 고집 여파, '희생양' 된 공격 자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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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손흥민이 후반 교체되며 홍명보 감독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를 8개월여 앞두고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스리백' 전술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통해 처음 선을 보인 3-4-3(3-4-2-1) 전형은 지난달 미국·멕시코 원정에 이어 최근 브라질전까지 최근 A매치 6경기 연속 가동되고 있다.


스리백 전술은 지난 미국·멕시코 원정에선 1승 1무로 나름 성과를 거뒀으나, 세계적인 공격수들과 마주한 지난 10일 브라질전에선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수비에 더 무게를 둔 전술은 수준 높은 상대 개인기와 패스 앞에 무기력했다. 결국 한국은 브라질전에서 0-5로 대패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24년 만의 A매치 0-5 패배였다.


어느새 플랜 A로 자리 잡은 듯한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고집 배경엔 중앙 수비수 풀이 있다. 홍 감독은 지난 브라질전을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감독 철학보다 중요한 건 선수 구성이 잘 맞는지 안 맞는지다. 우리는 2선에 훌륭한 자원이 많은데, 중앙 수비수들의 능력 역시 어느 때보다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생각 이상으로 전술을 빠르게 느끼고(익히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현재 대표팀 선수 구성상 스리백 전술이 더 낫다는 게 홍 감독 판단이다.


실제 대표팀 센터백 자원들은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정도로 많아졌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중심에 선 가운데 이한범(미트윌란)과 김지수(카이저슬라우테른) 등 유럽파뿐만 아니라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조유민(사르자FC) 등도 대표급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박진섭(전북 현대)과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변준수(광주FC) 등도 최근 시험대에 오른 센터백 자원들이다. 센터백 가용 풀이 예전보다 넓어진 건 사실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김민재가 브라질 비니시우스의 돌파를 태클로 저지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문제는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 고집 여파가, 고스란히 공격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수적으로도 전방에 서는 공격진 수가 줄었다. 기존 4-2-3-1 전형일 땐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포함해 4명의 공격 자원들이 전방에 포진할 수 있었다면, 새로운 3-4-2-1 전형에선 3명만 전방에 설 수 있다. 예컨대 브라질전은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을 축으로 이재성(마인츠05)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만 양 측면에 섰다. 다른 공격 자원들은 모두 벤치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희생양이 나오고 있다. 오현규(KRC헹크)가 대표적이다. 유럽파 공격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데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러브콜까지 받았던 그는 정작 최근 A매치 3경기 중 2경기는 교체로 나서 각각 30분도 채 뛰지 못했다. 스리백 전술 변화와 맞물려 손흥민의 역할이 원톱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경쟁 구도에서 밀린 셈이다. 실제 오현규가 교체로 투입된 2경기 모두 교체 대상은 손흥민이었다.


오현규뿐만이 아니다. K리그에서 12골 10도움으로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이동경(김천 상무)은 최근 A매치 2경기 연속 10분도 채 뛰지 못했다. 부상 여파가 있는 황희찬(울버햄프턴) 역시도 컨디션만 정상이라면 언제든 선발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갑작스러운 스리백 전술이 자연스레 주전급 공격 자원들의 벤치행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오현규가 지난달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는 순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자연스레 공격진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지난 멕시코전에서 손흥민과 오현규가 호흡을 맞췄던 게 대표적이다. 당시엔 손흥민이 왼쪽, 오현규가 가운데에 서서 0-1로 뒤지던 후반 경기를 뒤집는 합작 활약을 펼쳤다. 오현규는 12일 대표팀 훈련을 앞둔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형은 직선적이고 움직임도 굉장히 날카롭다. 공을 가졌을 때 저돌적이라 함께 뛴다면 상대 수비가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며 직접 손흥민과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다.


다만 당시엔 손흥민이 이례적으로 대표팀 선발에서 빠진 뒤 배준호(스토크 시티) 대신 교체로 투입된 데다, 이재성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이들이 함께 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결국 3-4-2-1 전형을 유지한 채 손흥민과 오현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려면, 최근 대표팀 구성상 핵심 자원들인 이재성 또는 이강인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대표팀 공격 자원에 또 다른 희생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공격 자원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당장 브라질전은 부상으로 빠진 황희찬뿐만 아니라 엄지성(스완지 시티)도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대표팀 주축까진 아니지만 배준호(스토크 시티)나 양민혁(포츠머스), 양현준(셀틱) 등도 이미 홍명보호 공격 자원풀에 있는 선수들이다. 조규성(미트윌란) 등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최전방 원톱 자원들도 적지 않다. 공격진 수는 줄었는데, 소집하고도 쓸 수 없는 공격 자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쟁쟁한 공격 자원들의 희생을 감수할 만큼 스리백 전술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다. 풀이 넓어진 건 사실이나 김민재의 양쪽 파트너 자리는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된 정도고, 유럽파 김지수는 시험대조차 오르지 못했다. 기존 전술이 아닌 새로운 스리백 전술에서는 '김민재의 파트너'라고 단언할 선수가 아직 없다. 멕시코전 2실점, 브라질전 5실점 등 전술적인 안정과도 거리가 먼 상황인데도 정작 스리백 전술에만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사이 월드컵 본선 무대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였다.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의 연속 득점에 허탈해히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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