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해도 너무 못했다. 신태용(55) 감독을 뒤이어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았던 파트릭 클라위버르트(49·네덜란드) 감독은 형편없는 기록만 남긴 채 떠났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7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10개월 만에 결별했다"며 "일각에서는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성과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애초에 그의 부임에 대한 의문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지난 1월 신태용 감독이 전격 경질된 직후 인도네시아 사령탑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는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며 그를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난 짧은 실험이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4차 예선 직후 인도네시아는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결별 소식을 알렸다. 공식적으로는 상호 합의 후 해지지만, 현지에서는 부진을 거듭한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경질을 확신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공격적인 축구로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조직력과 일관성이 크게 떨어졌다. 'ESPN'은 "클라위버르트 감독은 고강도 압박과 공격 전환을 시도했지만, 팀은 전술을 소화하지 못했고 수비와 공격 모두 균형을 잃었다"고 전했다.
10개월 동안의 공식전 성적은 3승 1무 4패, 승률은 40%도 되지 않았다. 특히 4차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 2-3 패배, 이라크전 0-1 패배는 결정타가 됐다. 이라크전은 인도네시아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조기 탈락을 확정짓는 경기였다. 경기 후 관중석에서는 '신태용'의 이름이 연호됐고, 팬들은 "PSSI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문제는 단순히 결과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내용에서도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신태용 감독 시절에 비해 수비 집중력은 크게 떨어졌고, 세트피스와 전방 압박에서의 조율도 부족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단조로웠고 공격 패턴은 상대에게 쉽게 읽혔다. 'ESPN'은 "그의 팀은 매 경기마다 같은 문제를 반복했다. 패스 루트가 단순했고, 결정력은 형편없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태용 감독 체제의 인도네시아는 조직적이고 안정된 축구로 평가받았다. 2023 아시안컵 진출, 23세 이하 아시안컵 4강,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등 성과를 냈던 그는 '체계적인 빌드업과 정신력 강화'를 중시했다. 클라위버르트는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화려한 전술보다 개인기에 의존했고, 선수단의 집중력 관리에도 실패했다.
결국 PSSI는 10개월 만에 결단을 내렸다. 협회는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상호 합의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며 "그의 헌신에 감사하지만,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ESPN은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퇴진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다시 방향을 잃었다"고 총평했다.
클라위버르트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짧은 소회를 남겼다. 그러나 팬들의 여론은 싸늘했다. 현지 매체들은 "결국 신태용 감독을 내보낸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10개월 내내 그렇다할 뚜렷한 성과도 못 낸 클라위버르트 감독이다. 전술 실험은 실패했고, 귀화 선수만 무더기로 합류해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의 정체성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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