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쿠션 4대 천왕' 중 하나인 우상도 제압했다. '당구천재' 김영원(18·하림)이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영원은 2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026시즌 6차 투어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김영원은 다니엘 산체스(51·웰컴저축은행)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13-15, 15-8, 6-15, 7-15, 15-7, 15-5, 11-7)으로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영원은 프로당구 최연소(당시 17세)로 우승했던 2024~2025시즌 6차 투어(NH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 이후 351일(11개월 17일)만에 두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상금 1억원을 더한 김영원은 누적 상금 2억 6800만원으로 2억원을 훌쩍 넘겼다. 누적 상금 랭킹은 종전 24위서 11위로 뛰어올랐다.
대회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 역시 16강서 응오딘나이(베트남·SK렌터카)를 상대로 애버리지 3.462를 기록한 김영원에게 돌아갔다.

초반 두 세트, 팽팽한 탐색전이 전개됐다. 첫 세트는 초구를 8득점으로 연결하는 등 먼저 크게 앞서간 산체스가 15-13(8이닝)으로 첫 세트를 따냈다. 곧바로 1세트와는 반대 양상으로 김영원이 맞불을 놨다. 김영원은 초구 6득점, 3이닝부터 공타 없이 7점을 추가하는 등 한때 11-2까지 격차를 벌린 후 10이닝에서 15점을 채워 15-8로 세트를 따냈다.
3세트부터 산체스의 집중력이 살아났다. 산체스는 2이닝째 하이런 14점을 쓸어 담아 4이닝만에 15-6으로 승리한 이후 4세트에서도 3이닝부터 공타없이 4-1-5-3-1-1점을 연속 득점, 15-7(8이닝)로 세트스코어 3-1로 리드했다.
패배에 몰린 김영원이 한 세트를 좁혔다. 김영원은 2이닝째 뱅크샷 두 방을 포함, 하이런 7점으로 7-2 앞서갔고, 3이닝 4득점과 4이닝 2득점으로 13-7로 앞섰다. 이후 6이닝에서 2득점을 추가해 15-7(6이닝)로 세트스코어 2-3을 만들었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김영원은 6세트도 15-5(10이닝)로 승리, 기어코 풀세트에 돌입했다.
승부의 7세트. 2이닝까지 나란히 5득점씩 나눠가졌고, 3이닝에서 산체스가 2득점, 김영원이 1득점으로 산체스가 7-6 리드를 잡았다. 이후 4이닝에서 산체스가 공타로 물러선 반면, 김영원이 그대로 5득점을 몰아치며 11-7(4이닝) 경기를 마무리했다.
산체스도 당구 신성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PBA에 따르면 산체스는 "이번 결승전은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 7세트는 멘털 관리가 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경기 도중 몇 가지 실수를 하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김영원 선수가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PBA의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영원은 엄청난 선수다. 내 당구 인생에서 이런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는 2명을 꼽을 수 있겠다. 한 선수는 조명우, 또 다른 선수는 바로 오늘 경기했던 김영원"이라며 "어린 나이에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은 대단할 따름이다. 당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김영원은 "상대가 상대인 만큼, 이긴다는 생각은 전혀 없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열심히 경기를 해서 이긴 만큼 기분이 좋다. 4세트까지는 산체스 선수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열심히 치려고 했다. 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며 "또 작은 할아버지께서 항상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데,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시다.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부분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전 다운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이번 대회 내내 이런 감각을 이어갔다. 김영원은 "비결은 딱히 없지만, 앞선 투어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첫 우승 후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변화를 줬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며 "기존에 제가 하던 당구와 달라서 혼란이 왔고, 슬럼프까지 이어졌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고 원래 경기하던 스타일대로 공을 쳤다"고 전했다.
첫 우승 이후 부침도 있었지만 다시 정상에 올랐다. 김영원은 "지금이 훨씬 기쁘다. 저의 '우상' 산체스 선수를 상대로 이긴 만큼, 저와 같은 어리고 젊은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함을 보였다.
산체스는 김영원에게도 특별한 대상이다.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와 맞붙을 수 있어서 기뻤고 존경하는 선수와 결승전을 할 수 있어서 말 그대로 영광스러웠다"는 김영원은 산체스의 평가에 대해 "과찬해주신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웃음). 존경하는 선수에게 그러한 말을 들은 만큼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기뻐했다.

탄탄대로다.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해졌다. "PBA 1부 투어에서 최연소 선수로 활동하고 있고, 최연소 우승도 했다. 한국 당구의 세대를 더욱 젊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저와 같은 선수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당구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 선수로는 첫 우승을 일궈냈다. 동료들도 하나 같이 경기장을 찾아 김영원에게 응원을 보냈고 우승 확정 땐 제 일처럼 기뻐했다. "같은 팀에 있는 형, 누나들과 정말 친하게 지내고 있다. 친한 형, 누나들이 뒤에서 응원을 해주니 더욱 힘이 됐다. 감사하다"며 김상아에 대해선 "팀에서 김상아 선수와는 모자(母子) 지간의 느낌으로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구 천재'는 누구를 롤 모델로 삼아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까. "제가 당구를 잘 친다고 생각하는 선수의 경기를 많이 챙겨본다. 특히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선수의 경기를 많이 본다. 야스퍼스 선수의 스트로크는 정말 간결하고 파워가 있다"며 "또 조명우 선수의 경기도 자주 보는데, 공을 유연하게 치는 모습을 유심히 본다. PBA 소속 선수들은 너무 많아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조재호(NH농협카드) 선수도 정말 유연하게 플레이하신다. 많이 보고 배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님께 가장 감사하다"는 김영원은 "지난 시즌에 우승을 하고 우승을 2번 더 하고 싶다고 했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시즌 여섯 번째 투어가 마무리된 가운데, PBA는 내달 3일부터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 컨벤션홀에서 시즌 7차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2025'를 9일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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