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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골·11도움인데 MVP 쉽지 않다, 이동경 '역대급 시즌' 빛바랠까

13골·11도움인데 MVP 쉽지 않다, 이동경 '역대급 시즌' 빛바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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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 기자
김천 상무 시절 이동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동경(28·울산 HD)의 2025시즌은 이미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김천 상무 소속으로 K리그1 34경기에 출전해 무려 13골 11도움. 득점은 리그 공동 5위에 도움은 공동 1위, 공격 포인트(24개)는 리그에서 가장 많다. 지난 시즌 울산·김천 소속으로 12골·6도움을 쌓은 데 이어 두 시즌 연속 K리그1 두 자릿수 득점에, 데뷔 처음 두 자릿수 골-도움 이상의 기록을 쌓고 있다.


이제는 '전 소속팀'이 됐지만 김천이 올 시즌 한때 선두 전북 현대를 위협하며 선두 경쟁을 펼쳤고, 지금도 2위에 올라 있는 것 역시도 이동경의 비중이 컸다. 올 시즌 터뜨린 56골 가운데 무려 절반에 가까운 24골에 이동경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최근 전북전에서만 자책골 2골을 유도했다는 점 등을 돌아보면 사실상 김천의 득점 절반 안팎을 이동경이 만든 셈이다.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넘어 경기력과 영향력 등은 웬만한 외국인 선수 이상의 존재감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 열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별'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이동경이 거론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는 데다, 전역 전 기준 김천의 2위 돌풍을 이끈 팀 성적까지 명분은 충분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경의 K리그 MVP 수상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른바 역대급 시즌을 치르고도 MVP 트로피는 품지 못하는, 가장 불운한 선수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유가 있다. 우선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이동경이 MVP 후보에 '무조건' 오른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MVP는 프로축구연맹이나 수상자 선정위원회 등이 자체적으로 후보를 선정하지 않는다. 순위와 상관없이 모든 구단이 한 명씩 MVP 후보를 제출하면, 제출된 명단을 토대로 수상자 선정위원회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 3명이 추려지는 방식이다. MVP뿐만 아니라 베스트11 등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김천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울산 HD로 복귀한 이동경. /사진=울산 HD 제공

지난 28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이동경은 이제는 '울산 소속' 선수다. 김천 소속으로 무려 34경기에 출전해 13골·11도움을 쌓았으나, 이동경을 MVP나 베스트11 후보로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은 이제 김천이 아닌 울산 구단의 몫이다. 더구나 울산의 잔여 경기는 단 4경기. 만약 이동경이 시상식에서 상을 타게 되면, 34경기를 뛴 김천이 아닌 최대 4경기만 뛴 울산 소속으로 시상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울산 구단 내부 고민도 있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전체 경기의 90%를 울산이 아닌 김천에서 뛴 이동경을 MVP나 베스트11 후보에 '울산 대표'로 제출하는 것 자체가 사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올 시즌 내내 울산을 위해 뛴 선수들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큰 고민 없이 이동경이 MVP 후보로 나서는 건 이번 시즌 울산 선수단 전체의 심각한 부진을 반증한다. '만약' 이동경이 울산이 아닌 전북 소속이었다면 그 고민의 깊이가 완전히 달랐을 거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동경이 MVP 후보에 오르더라도 수상을 확신하기가 쉽진 않다. 최근 K리그 MVP 경쟁에서 이른바 '우승 프리미엄'이 매우 뚜렷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시즌 연속 MVP는 우승팀에서 나왔다. 2020시즌 손준호를 시작으로 홍정호(이상 전북), 이청용, 김영권, 조현우(이상 울산·당시 소속팀 기준)가 이 상을 받았다. 골·도움 등 기록이 두드러진 선수들보다는, 팀 주장 또는 핵심 선수로서 꾸준하게 뛰면서 우승 기여도가 크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이 MVP를 품었다. 최근 우승팀들이 제출한 MVP 후보 자체도 개인 기록보다는 이같은 성향이 반영됐다.


지난 2019년 당시 준우승팀 울산 현대 소속으로 K리그 MVP를 수상했던 김보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물론 우승팀이 아닌 팀에서 MVP가 나온 경우도 있다. 2019년 김보경(당시 울산)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당시 우승은 전북이 했지만, MVP는 13골 9도움을 기록한 준우승팀 울산의 김보경이 품었다. 다만 당시엔 특수성이 있었다. 당시 투표는 리그 최종전 열흘 정도 전부터 시작됐고, 이 시점만 하더라도 김보경이 속한 울산이 우승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시상식 전날이자 투표 마감일이었던 최종 라운드에서 전북의 역전 우승이 나왔다.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데다 우승 가능성이 컸던 김보경에게 이미 많은 표가 향한 가운데, 극적인 우승 프리미엄을 기대하기엔 당시 전북 후보였던 문선민(10골·10도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 직전 시즌 말컹(경남FC)은 무려 26골을 터뜨리며 승격팀 경남의 2위 돌풍을 이끈 임팩트가 워낙 커 우승 프리미엄을 극복한 이례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우승팀 전북의 MVP 후보는 이용이었다. 올해 이동경의 활약도 충분히 눈부시지만, 당시 말컹의 임팩트를 넘어설 정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이번 시즌 전북은 '압도적인 기세'로 리그 정상에 섰다. 파이널 라운드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규 라운드 만에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쳤던 팀의 완벽한 반등, K리그 역대 첫 10번째 우승이라는 스토리도 있다. 박진섭, 전진우 등 MVP 후보를 두고 전북 구단과 팬들이 '행복한 고민'을 할 만큼 우승을 이끈 주역들도 많다.


올해 역시 MVP 등 개인상 투표가 최종전 이전부터 시작된다는 점, 전북이 일찌감치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표심이 전북 소속 후보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동경이지만, 오롯이 개인 기록과 기량으로 극복하기에는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우승 프리미엄'이다.


통산 10번째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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