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에 있던 선수마저도 졌다고 생각한 순간, 엄청난 수비가 나왔다.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까워졌던 월드시리즈 7차전 9회말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스포츠매체 ESPN은 2일(한국시간)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서 다저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연장 11회 승부 끝에 5-4 역전승을 거뒀다.
다저스는 믿었던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3회 보 비솃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0-3으로 밀리며 출발했다. 4회와 6회초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토미 에드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따라갔지만, 6회말 안드레스 히메네스의 1타점 2루타가 나오면서 토론토는 다시 2점 차로 격차를 벌렸다.
이대로 우승컵을 내주는가 했던 순간,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의 저력이 나왔다. 8회초 맥스 먼시가 토론토의 괴물 신인 트레이 예세비지에게 솔로홈런을 터트렸고, 9회초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미겔 로하스가 상대 마무리 제프 호프먼에게 극적인 동점 1점 홈런을 폭발시키면서 4-4가 됐다.
9회말, 다저스는 위기를 맞이했다. 8회 올라온 블레이크 스넬이 마운드를 지킨 가운데, 1사 후 보 비솃의 좌전안타와 에디슨 바저의 볼넷이 나왔다. 그러자 전날 선발로 나와 96구를 던진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깜짝 구원등판했지만, 알레한드로 커크의 몸에 맞는 볼로 만루가 됐다.
여기서 다저스는 중견수를 에드먼에서 앤디 파헤스로 바꾸는 용병술을 보여줬다. 달튼 바쇼의 내야 땅볼 때 2루수 로하스가 홈으로 정확히 송구하며 2아웃이 됐지만 여전히 만루가 이어졌다. 타석에는 월드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좋았던 어니 클레멘트가 들어섰고, 야마모토의 초구 낮은 변화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계속 뻗어나가 좌중간으로 향했다. 좌익수 키케 에르난데스와 중견수 파헤스가 공을 보며 쫒아갔다. 공이 떨어지기 직전 두 선수가 충돌했고, 에르난데스는 워닝트랙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끝까지 공을 지켜본 파헤스가 캐치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 타구는 기대 타율 0.380이었고, 2개 구장에서는 홈런이 될 타구였다. 이를 파헤스가 잡아내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이때 한동안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던 에르난데스가 파헤스의 말을 듣고 일어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둘은 어떤 말을 나눴을까.
에르난데스는 "난 윌리 메이스처럼 잡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메이스는 타구를 등지고 펜스까지 달려가 어려운 수비를 해낸, 이른바 '더 캐치(The Catch)'를 보여줬다. 에르난데스 역시 펜스를 보고 달려가 공을 잡으려고 했는데, 그만 파헤스와 부딪히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파헤스가 태클을 하고 말았다. 마치 덩크슛을 맞은 듯했고, 우리가 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에르난데스는 "진 줄 알고 쓰러져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런데 파헤스가 다가와서 '괜찮냐' 물어봤고, 내가 '캐치에 성공했냐'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옥에서 돌아온 에르난데스는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큰 고비를 넘긴 다저스는 연장 11회초 윌 스미스의 홈런으로 5-4 리드를 잡았고, 야마모토의 역투 속에 끝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98~2000년 뉴욕 양키스(3연패) 이후 첫 월드시리즈 2연속 우승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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