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의 최대 화두는 '스리백' 전술이다. 지난 월드컵 예선에서는 포백 전술을 기반으로 한 4-2-3-1 전형이 바탕이었다면, 월드컵 예선이 끝나자마자 3-4-2-1 포메이션을 거듭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포함하면 A매치 7경기 연속 같은 전술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한계도 드러났지만,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동아시안컵 당시엔 일본에 0-1로 져 우승을 놓쳤다. 지난달 브라질전에서는 0-5 참패를 당했다. 특히 홍 감독이 스리백 전술을 새로 꺼내든 배경 중 하나가 강팀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브라질전 무기력한 경기력은 충격이 더 컸다. 그런데도 홍 감독은 이어진 파라과이전에서도 스리백 전술을 유지했다.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줬을 뿐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뒀다. 한때 플랜 B 마련을 위해 시험대에 오른 듯 보였던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은, 어느덧 '플랜 A'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이 11월 볼리비아·가나와의 2연전, 특히 볼리비아전까지도 스리백 전술을 계속 고집할지는 미지수다. 스리백 전술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플랜 A이기도 했던 포백 전술의 재점검 역시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침 11월 대표팀 명단 구성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스리백 전술에 무게를 뒀던 최근 대표팀 명단과 비교해 센터백 수는 줄었고, 가뜩이나 넘쳤던 공격진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이한범(미트윌란) 박진섭(전북 현대) 조유민(샤르자)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 등 센터백을 5명만 소집했다. 스리백 전술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지난 동아시안컵과 9월 미국·멕시코전, 10월 브라질·파라과이전에 6명의 센터백을 소집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김지수(카이저슬라우테른)는 소집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A대표팀 대신 22세 이하(U-22) 대표팀으로 향했다. 최대한 다양한 수비 조합을 실험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센터백 수가 줄어든 건 눈에 띄는 대모이다.
반면 오히려 공격진 수는 더 늘었다. 지난달 소집됐던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오현규(헹크)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05) 이동경(울산 HD) 엄지성(스완지 시티)은 그대로 유지됐다. 여기에 조규성(미트윌란)과 양민혁(포츠머스)이 더 추가됐다. 최전방과 양 측면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3-4-2-1 전형에선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단 3명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포화' 소집이다.
센터백 수는 줄이고, 공격진 수는 오히려 늘어난 대표팀 구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결국 전술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최근 활용하는 스리백 전술 대신 기존의 포백 전술을 다시 한번 가동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유다. 만약 4-2-3-1 전형을 가동한다면 전방에 4명의 공격 자원을 배치해 소집된 공격 자원들의 낭비를 그나마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기존의 3-4-2-1 전형이 유지된다면, 제한적인 A매치 소집 기회 속 제대로 된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공격진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상대와의 전력 차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첫 상대인 볼리비아의 FIFA 랭킹은 76위로 한국(22위)보다 무려 54계단이나 낮은 팀이다. 유럽파 자체가 적고, 그나마 레반테나 레가네스 등 스페인 구단 소속 선수들도 1군이 아닌 2군(B팀)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FIFA 랭킹 격차나 선수들 면면 등 전력에선 한국이 크게 앞선다는 평가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볼리비아는 한국을 상대로 맞불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강팀과 잘 싸우는 것만큼이나 상대적인 약팀과 맞대결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따내는 것도 중요하다. 강팀에 대비한 스리백 전술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공격에 더 무게를 둔 전술을 실험하는 것도 필요한 이유다.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만 활용했던 기존 포백 전술을 다른 대륙 팀을 상대로 활용해 본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남미팀을 상대로 한 스리백 전술 시험대는 이미 지난달 브라질, 파라과이전에서 충분히 올랐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전 마지막 평가전 기회인 내년 3월엔 유럽 원정길에 오를 예정이라는 점에서,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치르는 평가전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그런데도 또 한 번 스리백 전술 고집이 이어진다면, 월드컵 전까지 포백 전술의 재점검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 사실상 불안한 스리백 전술이 홍명보호의 플랜 A로 굳어지고, 나아가 자칫 유일한 플랜으로 남을 수도 있다. 홍명보호는 오는 10일 천안 축구종합센터에서 소집된 뒤,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와 격돌한다. 이어 18일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와 올해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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