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석 좌석까지 매진에 4270명의 만원관중, 그리고 배구장에 울려 퍼진 '부산 갈매기'까지. 안산을 떠나 부산에 새 둥지를 튼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부산 시대'가 활짝 열렸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9일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진에어 2025~2026 프로배구 V-리그 홈경기를 통해 연고 이전 이후 첫 개막전을 치렀다. 새 시즌은 지난달 개막했지만, 부산 전국체전과 장애인체전이 겹치면서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6번째 경기 만에 역사적인 부산 홈 개막전이 열렸다.
일주일 전부터 이미 뜨거운 개막전 열기가 예고됐다. 지난 3일 시작된 개막전 티켓 예매는 하루 만에 4067석이 모두 팔렸다. 여기에 당일 현장 입석 판매분까지 모두 동이 났다. 이날 공식 관중 수는 무려 4270명. 안산상록수체육관을 홈으로 쓰던 지난 2015~2016시즌 구단 종전 최다 관중 기록(3120명)을 1000명 넘게 넘어섰다.
뜨거운 팬심은 경기장 안팎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경기 한 시간 반을 남긴 시점부터 경기장으로 향하는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이 임박한 시점에도 경기장 외부에선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길게 줄을 섰고, 여러 외부 행사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관중석 역시 금세 주황색 물결로 가득 찼고, 엄청난 응원 소리가 코트를 가득 메웠다.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이 몰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백미는 3세트가 종료된 뒤 울려 퍼진 응원가 '부산갈매기'였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이기도 한 응원가가 이날은 강서실내체육관을 채웠다. 관중석 조명이 꺼지자 수많은 관중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OK저축은행의 부산 시대를 연 상징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관중들의 열기만이 아니었다. 강서실내체육관 안팎 풍경도 이미 이곳이 OK저축은행 배구단의 새 홈구장이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줬다. 전면 리모델링은 물론이고 경기장 외벽에는 선수들의 캐리커처와 엠블럼, 유니폼 등 프로배구 최대 규모의 래핑으로 장식됐다. 부산시와 강서구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게 구단 측 설명이다.


코트 위 선수들도 이같은 열기에 흥미진진한 경기력으로 답했다. 원정팀인 대한항공이 첫 두 세트를 따내며 승기를 잡았으나, OK저축은행도 포기하지 않고 3세트를 따내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4세트에서도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를 펼쳤다. OK저축은행의 역사적인 홈 개막전 승리 결실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으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다시금 배구장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OK저축은행 배구단 구단주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도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최윤 회장은 "강서체육관을 가득 채운 부산 팬들의 함성 속에서 선수들도, 저도 벅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겨 첫 시즌을 맞이한 OK 읏맨 배구단의 홈 개막전, 그 뜨거운 에너지와 함성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밝혔다.
이어 "연고 이전을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부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면서 배구 지역 균형발전과 저변 확대를 바랐던 그 고민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부산은 이제 대한민국 4번째 4대 프로스포츠 도시이자, 영남권 최초의 남자 프로배구단의 진정한 고향이 됐다. 배구를 향한 부산팬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저희 OK 읏맨 배구단이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데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안산을 연고로 창단한 OK저축은행은 ;수도권에 편중된 한국 배구 기반을 확대하고, 구단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며 지난 6월 부산 연고 이전을 공식화했다. 당시 권철근 OK저축은행 단장은 "남자배구는 대전 이남으로 팀이 없다. 영남권 배구 팬들에겐 '나의 팀', '연고팀'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부산은 이미 배구 인프라가 확보돼 있었다. 한 팀만 결심하면, 용기만 있으면 가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꾸준히 연고 이전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온 OK저축은행과 부산시는 지난 7월 연고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적으로 'OK저축은행 부산 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후 OK저축은행 구단은 부산 중·고 배구부 초청 배구교실 운영 및 부산 전역에서의 홍보 부스 운영,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통해 부산 팬심을 잡는 데 노력했다. 그 결과는 이날 부산 홈 개막전의 뜨거운 열기, 나아가 OK저축은행의 부산 시대 성공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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