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이 바뀌고 유니폼을 잘못 입었어도 '제2의 김광현'이었다. KT 위즈 좌완 오원석(24)이 2년 만의 국가대표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 두 번째 경기에서 체코 대표팀을 11-1로 완파했다.
전날(8일) 3-0 승리에 이어 이날도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단 4개의 안타만 허용하는 압도적인 마운드로 2연승을 달렸다. 한국시리즈에 참가했던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복귀한 가운데, 선발 투수는 오원석이었다.
오원석은 2이닝(37구)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뛰어난 구위를 자랑했다. 최고 시속 147㎞의 직구(27구)와 체인지업(6구), 커브(3구), 슬라이더(1구) 등 변화구를 고루 섞으며 상대 타자를 무력화했다.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1회를 공 13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오원석은 2회 첫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앞선 아웃 카운트 2개를 직구로 헛스윙을 끌어내는 등 삼진으로 솎아냈다. 마르틴 무지크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에도 보이텍 멘식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오원석에게는 2년 만의 국가대표 경기였다. 2020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오원석은 데뷔부터 '제2의 김광현(37·SSG)'으로 주목받았다. 데뷔 3년 차인 2023년, 2년 연속 규정 이닝을 소화했고,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첫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29경기 6승 9패 1홀드 평균자책점 5.03으로 기복 있는 활약을 보였고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회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최근 대표팀 훈련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오원석은 "대표팀은 나라를 대표해서 오는 곳이고,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롭고 기분 좋은 것 같다. 시즌 마치고 푹 쉬기도 했고, 합류 날짜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었어서 몸 상태에는 문제없다"고 2년 만의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SSG는 꾸준한 기회에도 늘 한 단계 올라서지 못했던 오원석을 2024시즌 종료 후 KT로 일대일 트레이드했다. 김광현의 후계자가 인천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둥지에서 오원석은 반전의 기틀을 닦았다. 16경기 10승 3패 평균자책점 2.78로, 5년 내내 하지 못하던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전반기 만에 해냈다. 비록 후반기 9경기에는 1승 5패 평균자책점 5.62로 다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시즌 평균자책점을 최종 3.67로 마치면서 내년을 기대케 했다.
오원석은 "올해 후반기가 지금까지 치렀던 시즌 중에 그나마 나았는데, 그럼에도 안 좋았기 때문에 항상 고민인 것 같다. 야구가 참 마음처럼 쉽게 안 된다"고 씁쓸한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러다가 전반기에 안 되고 후반기에 더 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최대한 그 기복을 줄이는 게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대표팀은 야구 잘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많이 배우려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오원석 개인에게는 두 번째 도쿄돔 방문이다. 2023 APBC 대회 일본 도쿄돔에서 보여준 오원석의 피칭은 김광현 그 자체였다. 당시 팀 선배였던 김광현의 등번호 29번을 달고 등판한 오원석은 일본과 예선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과거 일본 킬러로 주목받던 선배처럼, 상대 타자들을 구위로 누르며 희망을 안겼다.
그때를 떠올린 오원석은 "당시 어떤 타자를 상대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같은 좌완인 스미다 치히로 선수랑 (결승전 선발로 나왔던) 이마이 타츠야 선수 정도가 기억난다"면서 "이젠 빨리 일본 타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도쿄돔으로 가서 타자들과 대결해보고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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