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어떻게 팬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KT 위즈 프랜차이즈 스타 고영표(34)가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26·한화 이글스)를 떠나보낸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고영표는 24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했다.
투표인단 점수 66.67점을 획득한 고영표는 번트 타구 처리 견제와 공식 기록 등 투수 수비 기록 점수에서 23.96점을 받아 총점 90.63점으로 KBO 수비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86.23점의 아리엘 후라도와 86점의 원태인(이상 삼성)이 각각 2, 3위로 고영표의 뒤를 이었다. 국내 투수로서 최초의 수비상이다.
고영표는 수상소감으로 "안녕하세요. 수원 장안문을 지키고 있는 고영표입니다"라고 시작해 박수를 받았다. 수원 KT 프랜차이즈답게 준비한 인사말이었다. 고영표는 2024시즌을 앞두고 5년 총액 107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원 화성의 장안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팬들에게 식상하게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계약하면서 내 이름 앞에 좋은 수식어(장안문 지킴이)도 붙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말하면 팬분들도 좋아하고 재미있어 할 것 같아 했다"고 미소 지었다.
사실상 종신 선언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말에 고영표는 "나는 KT에서 계속해서 야구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마음만 가지고 팀에 남을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팀과 선수 서로가 맞아야 오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지난해 계약하면서 KT와 끝까지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FA로 팀을 떠난 강백호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강백호는 지난 20일 4년 최대 100억 원 계약으로 한화 이글스로 향했다. 2018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KT에 입단한 뒤 8시즌 만이다.
이에 고영표는 "지난해 계약 때 유튜브 팀과 이야기하다가 화성에 네 가지 문(장안문, 창룡문, 팔달문, 화서문)이 있으니까 하나씩 계약하면서 맡았으면 좋겠다고 장난삼아 말한 적이 있었다. (엄)상백이가 창룡문을 맡는 식이었다. 하지만 상백이도 (강)백호도 떠나서 그럴 순 없게 됐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백호와는 서로 통화를 시도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직 하지 못했다. 좀 전에 말했듯이 프로 세계에서 팀에 남는다는 것이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얽혀 있는 것이 있고, 떠나는 선수도 그러지 못한 구단도 충분히 다 이해되는 입장"이라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았다.
그보단 좋아하는 선수를 떠나보내 헛헛한 KT 팬들에게 더 마음을 썼다. 2015년 1군 진입 후 단기간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성과를 낸 KT는 최근 엄상백, 심우준(이상 한화), 김재윤(삼성) 등 원년 멤버들과 하나둘씩 이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해부터 차례로 선수들이 나가면서 우리 팬분들의 충격도 크실 거라 생각한다. 선수를 보고 응원하는 팬들도 계시겠지만, KT 팀 전체를 보고 응원하는 팬들도 있다. 그 팬들에게는 핵심 인원들이 계속 빠져나간다는 건데 내가 어떻게 그 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어떤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팬들에게 나를 보며, (안)현민이를 보며 위로받으라는 말은 못 하겠다. 강백호는 강백호다. (강)백호가 없는 KT라는 것에 팬들의 상심이 큰 것인데 내가 (감히) 그 마음을 다 공감하고 헤아릴 순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선수는 떠나도 KT의 야구는 계속된다. 이날 KT에서는 고영표 외에도 신인왕 안현민(22), 세이브왕 박영현(22), 퓨처스 남부리그 평균자책점상·승리상의 조이현(30) 등 총 4명의 수상자가 배출돼 함께 기쁨을 누렸다. 특히 KT가 11시즌이란 짧은 기간에도 그보다 역사가 긴 구단들보다 많은 신인왕(3명)을 배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KBO 구단 내에서도 손꼽히는 클럽하우스 문화를 갖춘 덕분이다.
고영표는 "우리 팀에서 벌써 3명의 신인왕이 나왔는데, 그만큼 KT가 어린 후배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팀이 된 것 같다. 베테랑들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어린 선수들도 많은 팀인데 나이가 어려도 눈치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강)백호, (소)형준이, (안)현민이가 오자마자 잘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은 선수들이 또 한 번 KT만의 색깔을 잘 이어가려 한다. 지난해 5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보며 'KT는 도파민 팀'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도파민을 또 느끼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가 팬분들에게 위로를 드리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내년에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평균자책점이든 다승왕이든 목표로 잡고 힘차게 달려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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