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 황금기를 이끈 사령탑은 떠났다. 광주FC는 국내 최고 지도자로 손꼽히던 이정효(50) 감독의 후임자 물색 중책을 맡게 됐다.
광주는 21일 이정효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하며 4년간 이어진 여정을 마무리했다.
구단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정효 감독이 지난 12일 계약 해지를 공식 요청했고, 법률과 내부 검토를 거쳐 감독의 확고한 의사와 계약상 절차를 존중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광주는 최근까지도 '최고 예우로 이정효 감독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정효 감독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이정효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전했다. 그는 "광주에서의 4년은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고 가장 뜨거운 시간이었다"며 "지도자로서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던 저를 믿고 맡겨준 선택이 제 축구 인생의 출발점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광주를 떠나는 이유로 "금전이나 조건 때문이 아니다. 더 넓은 무대에서 부딪히고 증명해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강기정 광주시장 겸 구단주 역시 "대한민국 축구와 이정효 감독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아쉬움 속에서도 결정을 존중했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에서 시민구단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2022년 K리그2 우승으로 승격을 이끌었고, 2023년 승격 첫 시즌부터 K리그1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클럽 대항전 진출권을 따냈다. 2024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E)에서 일본 강호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7-3으로 꺾는 등 리그 페이즈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시도민구단 사상 최초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성과는 이어졌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비셀 고베(일본) 원정 1차전 0-2 패배를 뒤집고 홈에서 연장 끝 3-0 승리를 거두며 알 힐랄과 맞붙는 무대까지 올랐다. 리그에서는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갔지만 7위로 시즌을 마쳤고, 코리아컵에서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이제 광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이정효 감독이 구축한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축구 철학이 사라진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가 관건이다.
다만 이정효 감독이 남긴 성과와 기준이 워낙 뚜렷한 만큼 후임자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새 사령탑은 선수 수급 문제까지 직면해야 한다. 광주는 지난 9월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까지 확정됐다. FIFA는 광주에 향후 두 차례 등록기간 동안 신규 선수 등록 금지와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광주는 2026년 상반기 정기 등록기간까지 국내외를 불문하고 신규 선수 등록이 금지된다.


게다가연맹은 6월 광주에 제재금과 선수 영입 금지 1년, 집행유예 3년을 부과했다. 집행유예가 적용돼 당장은 영입이 가능해 보이지만, 재무개선안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제재가 발동될 수 있다. 재정건전화 제도 시행 이후에도 광주는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자본잠식은 오히려 심화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징계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광주 감독 자리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기 어렵다. 이정효 감독 체제에서 광주는 승격, 상위권 도약, ACLE 토너먼트 진출, 코리아컵 준우승까지 결과로 증명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다음 감독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전임자가 뛰어난 구단 사상 최고의 성과를 낸 상황에서 후임자는 전력 보강마저 제한된 상태를 직면해야 한다.
일단 구단은 "시민구단의 재정 여건을 이해하면서도 기존 철학을 계승하거나 보완해 성적 안정성을 확보할 지도자를 선임하겠다"며 차기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정효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아직 공식 발표가 없지만, 축구계에서는 수원 삼성행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광주와의 계약이 정리된 만큼 조만간 새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