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 이후 열리는 첫 평가전 상대를 찾는 게 쉽지가 않다. 유럽 원정길에 오를 예정이지만 정작 유럽 강팀들은 이미 평가전 상대가 확정됐거나 북중미 등 타 대륙으로 향한다. 그나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만한 '일본과 같은 조'에 속한 팀들과 평가전마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축구 통계매체 풋볼 미츠 데이터는 28일(한국시간) 내년 3월부터 예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의 주요 평가전 매치업을 정리해 공개했다. 아르헨티나-스페인, 브라질-프랑스, 잉글랜드-일본 등 앞서 발표된 일정들 외에 눈에 띄는 매치업 중 하나는 캐나다와 튀니지의 평가전이다.
튀니지를 비롯해 현재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 중인 아프리카팀 대부분의 3월 A매치 평가전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동 매체 보도들을 종합하면 두 팀의 평가전은 3월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릴 예정이다. 만약 캐나다 원정 평가전이 확정되면, FIFA 규정상 A매치 기간 대륙 이동이 불가능해 튀니지는 A매치 2연전을 모두 북중미에서 치러야 한다. 튀니지는 한국의 평가전 상대로도 거론된 바 있으나, 성사되더라도 월드컵 직전인 5~6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튀니지의 캐나다 원정 일정이 눈에 띄는 건, 이른바 '일본 효과'를 노려볼 만한 상대이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평가전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튀니지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네덜란드, 일본,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PO) 패스 B(우크라이나·폴란드·알바니아·스웨덴) 승자와 F조에 속했다. 한국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UEF PO 패스 D(덴마크·체코·아일랜드·북마케도니아) 승자와 A조다.
한국 입장에서 튀니지는 '가상의 남아공전'이, 반대로 튀니지 입장에서 한국은 '가상의 일본전'이 될 수 있었다. 마침 튀니지와 남아공의 FIFA 랭킹은 11월 기준 각각 40위와 61위로 한국 입장에서도 남아공전 대비 평가전 의미는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튀니지가 정작 북중미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튀니지전 3월 평가전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튀니지뿐만 아니다. 유럽 원정이 2년 6개월 만인 데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인 만큼 유럽의 강팀과 격돌하는 게 필요했고, 마침 일본과 같은 조엔 FIFA 랭킹 7위 네덜란드가 포진했던 상황. 그러나 네덜란드는 노르웨이, 에콰도르와 빠르게 3월 A매치 평가전 일정이 확정된 상태다. 결국 한국은 3월 평가전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일본 효과'를 사실상 보기 어려워진 셈이다.
네덜란드처럼 유럽 대부분의 강팀들은 A매치 2연전 일정이 확정됐거나 혹은 북중미·중동으로 향해 유럽으로 떠나는 한국은 평가전을 치를 유럽 강팀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2연전 중 한 경기 상대는 오스트리아가 유력한데, 한국보다 FIFA 랭킹이 2계단 낮은 데도 현재 A매치 평가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유럽 잔류팀'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높다.
의미 있는 유럽 평가전 2연전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라 다른 한 팀은 아프리카팀과 중립 평가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FIFA 랭킹이 한국보다 높은 모로코(11위)나 세네갈(19위)은 월드컵 같은 조에서 아시아팀과 만나지 않아 한국전 의미가 크게 없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포진한 이집트 역시 3월 A매치 기간 중동행이 유력하다. 튀니지를 비롯해 매치업이 무산된 팀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 11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2-4로 패배했던 알제리(35위)나 코트디부아르(42위) 등 점차 FIFA 랭킹이 더 낮거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팀들만 남게 된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 3월 평가전 의미 역시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앞서 홍명보 감독은 "(오스트리아전은) 우리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유럽팀과 붙기에 그런 맥락"이라면서도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아프리카팀하고도 경기한다. 우리가 만날 상대 팀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로 구성된 강팀이면 좋겠지만,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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