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네갈이 5년 만에 아프리카 정상에 복귀했다. 하지만 세네갈의 우승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건 선수단의 경기 보이콧과 관중들의 난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추태였다.
세네갈은 1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프린스 물레이 압달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개최국 모로코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세네갈은 2021년 대회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반면 1976년 이후 50년 만에 안방에서 왕좌 탈환을 노렸던 모로코는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며 고개를 숙였다.
결과는 세네갈의 승리였지만,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 영국 매체 'BBC'는 이날 경기에 대해 "수치스럽고 끔찍한 광경이 세네갈의 우승을 망쳤다"며 "아프리카 축구의 광고판이 되어야 할 대회가 끔찍한 방식으로 끝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의 장면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발생했다. 후반전 추가시간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 끝에 세네갈 수비수 엘 하지 디우프가 모로코의 에이스 브라힘 디아스에게 파울을 범했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 판정은 세네갈 벤치를 폭발시켰다. 앞서 세네갈은 이스마일라 사르가 득점에 성공했지만, 빌드업 과정에서 압둘라예 세크가 아슈라프 하키미에게 파울을 범했다는 이유로 골이 취소된 바 있다. 억울함이 쌓여있던 파페 티아우 세네갈 감독은 페널티킥 선언이 나오자마자 선수단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세네갈 주장 사디오 마네가 그라운드에 남아 "이건 미친 짓이다. 경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며 동료들을 설득했지만,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흥분한 일부 세네갈 팬들은 관중석에서 의자를 뜯어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고, 보안 요원들과 충돌까지 발생했다.

약 17분간 중단됐던 경기는 마네의 설득과 코칭스태프의 재고 끝에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오히려 모로코에 독이 됐다. 키커로 나선 디아스는 파넨카킥을 시도했지만, 세네갈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가 속지 않고 가볍게 공을 잡아냈다.
절호의 기회를 날린 모로코는 급격히 무너졌다. 기사회생한 세네갈은 연장 전반 4분 파페 게예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폭풍도 거세다. 왈리드 레그라기 모로코 감독은 "세네갈의 행동은 부끄러운 일이며 아프리카 축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분노를 표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해설가 에판 에코쿠 역시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기장을 떠나는 것은 아프리카 축구에 좋지 않은 모습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티아우 감독은 우승 후 "심판 판정에 동의하지 않았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며 "축구계에 사과한다. 우리가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네 역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경기에서 그런 행동은 미친 짓이었다. 아프리카 축구 최악의 장면이 될 뻔했다"며 "경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는 게 낫다. 다시 경기에 복귀해 승리한 것은 다행"이라고 씁쓸해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네갈 축구협회는 결승전을 앞두고 모로코 측의 부실한 보안, 훈련장 미제공, 티켓 배정 문제 등을 이유로 "선수단 안전이 우려된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는 우승을 이끈 마네가 선정됐다. 득점왕은 결승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디아스에게 돌아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