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최고의 논란으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의 추모 헬멧 항소가 끝내 기각됐다.
영국 매체 'BBC'는 14일(한국시간)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헤라스케비치의 올림픽 자격 박탈 결정에 대한 항소를 최종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CAS는 헤라스케비치의 추모 의도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경기장 내에서 어떠한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도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 표현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메달권 진입이 유력했던 헤라스케비치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단 한 번의 공식 레이스도 치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헤라스케비치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사망한 동료 운동선수 20여 명의 얼굴을 새겨 넣은 이른바 '추모 헬멧'을 착용하면서 시작됐다. 헬멧에는 14세의 역도 유망주 알리나 페레후도바, 복서 파블로 이슈첸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 로히노프 등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선수들의 모습이 담겼다.
IOC는 해당 헬멧이 올림픽 헌장을 위반하는 정치적 표현물이라고 규정하며 착용 금지를 명령했다. 지난 목요일, 경기 시작 불과 45분 전까지도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장이 직접 헤라스케비치를 찾아가 헬멧 교체를 설득했으나 헤라스케비치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헤라스케비치는 실격 처리됐고, 곧장 CAS에 긴급 항소를 제기했지만 하루 만에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헤라스케비치는 "이 헬멧은 내 친구들과 동료들을 기억하기 위한 순수한 추모의 의미"라며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는데, 그들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반면 IOC는 "경기장은 오직 선수들의 경기력에만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허용할 경우 경기장이 표현의 장으로 변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헤라스케비치의 헬멧에 담긴 희생자들의 사연은 참혹했다. 22세 생일 직후 바흐무트 전투에서 전사한 십종경기 선수 볼로디미르 안드로슈크, 러시아의 포격으로 사망한 17세 킥복싱 챔피언 카리나 바후르, 가족과 함께 집안에 있다가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11세 리듬체조 유망주 카리나 디아첸코 등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 사라졌다.
헤라스케비치는 CAS의 판결 직후 "진실이 승리하길 바랐으나 결과적으로 기차는 떠나버렸다"며 "하지만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 이번 결정은 오히려 러시아의 선전에 이용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추모는 위반이 아니다"라며 헤라스케비치의 행보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더불어 헤라스케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높은 훈장인 자유 수호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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