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좌완 이승민(26)이 부상 악재가 계속되는 팀 상황에 발전된 투구로 희망을 알렸다.
이승민은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에 위치한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NPB)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삼진 하나만 솎아내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체인지업 6구, 직구 5구, 커브 2구 등 총 13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였고 체인지업의 구속은 125㎞ 근방이었다.
이날 상대한 타자들이 까다로웠다. 이승민은 요미우리 클린업 트리오를 마주했는데 그중 2명이 미국 메이저리그(ML) 출신이었다. 3번 타자 트레이 캐비지(29)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출신으로 LA 에인절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활약했다.
4번 타자 바비 달벡(31) 역시 2016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출신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주로 활약했던 3루수다. 2021년에는 25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기대를 받기도 했다. 유일한 일본인 타자인 5번도 만만치 않았다. 요미우리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NPB 통산 298홈런 2447안타의 사카모토 하야토(38)로 까다로웠다.
하지만 이승민은 씩씩하게 강타자들을 느린 공으로 요리했다. 첫 타자 케비지에게 헛스윙을 끌어내며 삼진을 솎아냈다. 달벡은 이승민의 체인지업에 연거푸 헛스윙으로 감조차 잡지 못하다가 4구째를 건드려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사카모토 역시 5구 만에 1루 땅볼로 잡히며 순식간에 4회가 종료됐다.
경기 후 만난 이승민은 "제구가 잘됐다. 제구가 잘 돼서 공격적으로 피칭했는데 그게 잘 통했다. 연습하고 있는 체인지업을 타자들 반응을 보면서 많이 써봤는데 과정이 괜찮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대가 누군지는 몰랐다. 외국인 타자들이 나온 건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타자가 누가 됐든 내 피칭하면 될 뿐이라 생각한다. 웬만하면 타순은 안 보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좌타인지 우타인지만 봤다. 그래서 부담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승민은 본리초-경상중-대구고 졸업 후 2020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5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지난해 전까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2025시즌 정규 62경기 3승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3.78, 64⅓이닝 53탈삼진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스스로 선수 평가에 냉정하다는 최일언(65) 삼성 1군 투수코치로부터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일하게 발전됐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이승민이었다.
최근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최일언 코치는 "올해 이승민이 가장 기대된다. 수 싸움이나 타자를 상대하는 법이 확실하게 익숙해진 것이 보인다. 마운드에서 여유도 있어 보이고 본인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다.
이에 이승민은 "항상 똑같이 준비했는데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지난해 한 시즌 뛰면서 여유도 생겼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구속을 첫 번째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약점이라 생각한 변화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가서도 구속보단 로케이션과 체인지업을 더 신경 쓰고 있다. 직구에 힘이 있으니까 지금처럼 계속 공격적으로 피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민은 현재 대구고 후배 배찬승(20)과 룸메이트다. 대구고 에이스 출신에 프로 와서 제구에 고민이 많은 등 공통점이 많다.
그는 "(배)찬승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찬승이를 보고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많다. 찬승이도 내게 많이 물어보고 서로 도움이 되는 게 많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찬승이가 지금 제구가 고민이라는데, 공이 빠르기 때문에 굳이 코스에 집착할 필요 없이 크게 보고 던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반대로 공이 빠르지 않아 찬승이보단 더 정교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제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은 선수다. 이승민은 "솔직히 나 스스로 제구가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항상 볼 카운트를 봐도 불리한 승부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항상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승부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는 제구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있으면 제구가 더 잘 된다. 그래서 일단 자신감 있게 던지고 올해도 더 제구에 신경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 마운드는 부상으로 울상이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26)이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외국인 투수 맷 매닝(28)까지 팔꿈치 인대 수술로 계약 해지가 결정됐다. 설상가상 영건 이호성(22)과 1라운드 신인 이호범(19)도 팔꿈치가 아파 각각 우측 팔꿈치 내측인대 수술(토미 존 서저리), 3주 휴식이 확정돼 마운드는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멀티 이닝도 가능한 이승민은 유력한 선발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이승민은 "선발을 하든 불펜을 하든 이닝은 보지 않을 것 같다. 과거 선발을 했을 때 항상 이닝을 신경 썼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매 이닝에만 집중하려 한다. 그렇게 1이닝씩 신경 쓰다 보면 길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가장 큰 목표도 지난해보다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불펜으로 뛴다면 두 자릿수 홀드를 해보고 싶고 지난해보다 잘하는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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