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야구가 WBC 무대에서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한국'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침내 무너뜨렸다. 그 중심에는 지난 5일 호주전에서 투구에 맞아 손가락 골절 부상마저 잊은 '주장' 천제시엔(32)의 투혼이 있었다. 첸제시엔은 10회초 승부치기 상황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결승 득점을 만들어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만과 연장 혈투 끝에 4-5로 졌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8회 4-4 동점까지 만들었으나, 승부치기 끝에 1점 차 분패를 당하며 '대참사'의 희생양이 됐다.
이날 승부를 가르는 장면은 10회 승부치기에서 나왔다. 천제시엔은 지난 호주전에서 왼쪽 검지 골절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타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쩡하오쥐 대만 감독은 승부처인 10회초 시작과 동시에 천제시엔을 대주자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두꺼운 보호 장갑을 낀 채 2루에 선 천제시엔은 린자정의 번트 타구에 다친 왼손을 내뻗으며 3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했다. 판정은 세이프였고 기록상 안타였다. 기세를 탄 대만은 다음 강쿤위의 스퀴즈 번트로 천제시엔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끝내기 득점을 완성했다. 10회말 한국은 승부치기에서 득점을 뽑는 데 실패했고 대만이 끝내 웃었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경기 후 눈물을 쏟아낸 천제시엔은 "사실 어린 시절부터 한국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한국은 분명 강팀이지만, 오늘 승리로 우리 세대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자신 있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포함해 우리 선수들 모두가 작은 대만도 충분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며 "이 수년간의 경험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천제시엔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끝났다. 이제는 운명에 맡기고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천제시엔은 2025시즌을 앞두고 소속팀인 퉁이 라이온스와 무려 계약 기간 10년에 100억원이 육박하는 계약을 체결해 큰 관심을 모았다. 2034시즌까지 활약이 보장됐다. 이번 WBC에서도 주장을 맡아 대표팀 상위 타선에 배치될 것이 유력했으나 첫 경기인 호주전에서 골절로 인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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