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호주 망명 전말이 공개됐다. 귀국 시 총살형까지 거론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가족들의 짧은 메시지 한 통이 선수들의 목숨을 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10일(한국시간) 호주 골드코스트의 로열 파인스 리조트에서 이란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공항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긴박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란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본국에 남겨진 가족으로부터 "당신은 남아야 한다라는 네 단어의 메시지를 받은 직후 숙소를 탈출해 호주 경찰이 마련한 안전 가옥으로 대피했다.
파테메 파산디데, 자하라 간바리, 자하라 사르발리, 아테페 라마잔자데, 모나 하무디 총 5명의 선수는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과 긴급 면담 끝에 인도주의 비자를 승인받았다. 버크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은 정치 활동가가 아닌 안전을 원하는 운동선수"라며 "새벽 1시 30분경 비자 승인 서류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란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급히 호주 망명을 선택한 이유는 고국 복귀 시 예상되는 가혹한 처벌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주 한국과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여자 아시안컵 개막전 당시 이란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침묵을 지킨 것이 시작이었다. 'AP통신'과 '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내 보수 세력은 여자대표팀 선수들을 "전시 반역자"라며 본국 귀국 시 엄중한 처벌까지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총살형까지 요구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협박은 계속됐다. 이란 선수들은 이후 호주전과 필리핀전에서 갑자기 국가를 부르며 거수경례까지 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선수단과 동행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이 이란 여자대표팀 선수들에게 국가 제창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전 호주 대표팀 주장 크레이그 포스터는 "선수들이 호텔에서 관리자들에게 인질처럼 붙잡혀 위협받고 있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란 여자대표팀 귀국길은 아수라장이었다. 팀 버스가 공항으로 출발하려 하자 수십 명의 시위대가 깃발을 흔들며 "우리 소녀들을 구해달라"고 외치며 버스 앞을 가로막고 드러누웠다. 이 과정에서 한 선수가 팀 동료에 의해 강제로 버스에 끌려 들어가는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고, 현지 경찰은 헬리콥터와 순찰차까지 동원해 공항까지 버스를 호위하는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번 이란 여자대표팀 호주 망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 선수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은 끔찍한 인도주의적 실수다. 이들은 귀국 시 살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호주가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받겠다"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에 앤서니 앨바니지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 호주인들이 깊이 감동했으며 이들은 이제 이곳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전 호주에 도착했지만, 조별리그 탈락 후 폭격이 쏟아지는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지난 8일 필리핀전 종료 후에도 선수들은 보복을 우려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관중석의 팬들은 현 정권에 야유를 보내며 지지를 표했다.
불과 지난주 한국과 같은 경기장에서 마주했던 이란 선수들은 이제 고국에 남겨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며 호주에서의 낯선 삶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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