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담배 연기가 진동하고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불량스러운 사람들이 상주하는 곳이라는 생각이었다. 스포츠라면 뛰고 땀 흘려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당구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데 걸림돌이 됐다. 그래서 김가영(43·하나카드)은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김가영은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한지은을 세트 스코어 4-1(9-11, 11-5, 11-7, 11-1, 11-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따라올 자가 없는 압도적 여제의 면모를 자랑했다. 무려 1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왕중왕전 3연패를 달성하며 누적 상금은 9억 1130만원이 됐다. 남자부(PBA)와 큰 상금 격차에도 김가영은 압도적 커리어로 남녀 통합 상금 4위로 뛰어올랐다.
누구보다 노력파로 불리는 김가영이지만 흠 잡을 데 없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선 다소 아쉬움을 느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감각이 좋지 않다고 느꼈지만 결승 무대에서 김가영은 더 빛났다.
1세트를 내주고 시작했지만 곧바로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김가영은 서서히 감을 잡더니 4세트엔 애버리지 2.200, 5세트엔 2.750으로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 시즌을 너무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더구나 지난 1월엔 제37회 윤곡 김운용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다. 고(故)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 여성체육 발전을 위해 1989년 제정한 한국 최초의 여성 스포츠 시상식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여성 체육인에게 수여하고 있는 상으로 당구 종목에서 최초이자 모든 종목을 망라해 대상을 수상했다는 건 당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켓볼 선수로 시작해 세계선수권 3회 우승 등 최정상의 선수로 활약했던 김가영은 2019년 PBA 투어 출범과 함께 3쿠션으로 종목을 바꿨지만 어느덧 적수가 없는 최강자로 우뚝섰다.
우승 후 취재진과 만난 김가영은 올 시즌을 돌아보며 윤곡상 수상의 의미를 되돌아봤다. 그는 "가장 받고 싶었던 상이다. 1997년에 당구 선수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30년이 됐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환경 변화가 있었겠나"라며 "한국에선 여자 당구선수가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나도 운동 선수인데 받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안타깝고 아쉬웠다. 서운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김가영은 더 이를 갈았다. "막연하게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들이든 스포츠 쪽에서든 당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건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서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 아닐까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며 "그것들이 한 순간에 모여서 윤곡대상을 받으면서 당구가 스포츠로서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은 스포츠인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의미가 깊었다"고 전했다.
실력은 물론이고 프로선수로서 멘탈, 인터뷰, 노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선수다. 경쟁 상대들조차 벽을 느낄 정도다.
자신이 그러한 당구계의 대표격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김가영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내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한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 때문일까. 자신을 너무도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가영은 "제가 부정적인 면이 있다.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게 좋고 그런 사람이 부럽다"며 "항상 부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걸 고친다기보다는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게끔 다른 에너지로 바꿔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토록 자신에 대한 끊임 없는 채찍질과 반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가영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 이룰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업적을 쌓았다. 상금 10억원 돌파에 대해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힌 김가영이지만 향후 목표를 묻자 "20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향상심은 김가영을 계속 달리게 만든다. 단순히 능력보다도 김가영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자세다. '제2의 김가영'을 꿈꾸는 후배들이 가장 먼저 벤치마킹해야 하는 부분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